설 명절이 한 해의 시작을 함께 기뻐하는 명절이라면
한가위 명절은 한 해의 결실을 함께 기뻐하는 명절입니다.
그러니 한가위 명절은 수확의 기쁨이 있어야 하고,
그 기쁨을 같이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둘 다 없으면 말할 것도 없고 한 가지만 없어도
명절이 전혀 명절이 아니거나 기쁘지 않고 오히려 쓸쓸하고 슬픕니다.
그래서 수확의 기쁨에 대해서 먼저 보려고 하는데
수확이란 씨 뿌리는 것으로부터 가꾸는 것까지 다 포함하는 농사의
그 마지막 단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슨 농사를 잘 지어야 하고,
무슨 씨를 뿌려야 하며 무슨 씨를 가꿔야겠습니까?
우리는 곡식 농사도 잘 지어야 하고 자식 농사도 잘 지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행복 농사를 잘 지어야겠습니다.
이 말은 행복의 씨를 뿌려야 한다는 말이고,
우리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어야 한다는 말이며,
돈이나 명예가 목적이 아니라 행복이 목적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행복이 아니라 불행의 씨를 뿌립니다.
행복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돈이 목적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사랑이 아니라 욕심을 씨 뿌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돈이 목적이고 그래서 욕심을 씨 뿌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돈 때문에 일의 노예가 되고,
돈 때문에 늘 근심 걱정이고,
돈 때문에 늘 불평불만이고,
돈 때문에 사람을 미워하고 죽이기까지 할 것입니다.
반대로 행복이 목적인 사람은 늘 충만합니다.
일에 쫓기지 않고 마음에 여유가 있고,
불평불만 대신에 늘 감사할 것이고,
미움 대신에 사랑이 늘 충만하기에 행복할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이 목적인 사람은 고통 가운데서 행복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고통은 불행이라고 애초에 고통에 지고 들어가고,
고통 때문에 미리 불행해지고 마는데
행복이 목적이고 행복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고통이 사랑과 행복 단련이고 행복의 결실을 위한 수고입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는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지요.
고통으로 단련되지 않은 행복은 허약한 행복이고,
수고하지 않고 거둘 수 있는 열매 곧 기쁨과 행복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쁨과 행복은 하느님 안에서의 기쁨과 행복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수고와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우리의 수고와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으려면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수고와 노력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는 이렇게 우리에게 권고하지요.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주님이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주었다.
주님은 너희에게 비를 쏟아 준다. 이전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
비, 바람, 햇빛이 없으면 우리가 아무리 씨를 많이 뿌리고,
아무리 애를 많이 써도 씨가 싹이 트지 않고
간신히 싹이 트더라도 이내 말라 죽듯 하느님 은총 없으면 모든 것이 헛수고지요.
그런데 하느님 은총이 내게 왜 없습니까?
하느님께서 주지 않으시기 때문입니까?
우리가 받지 않고 걷어차기 때문입니까?
우리는 하느님께서 한량없이 은총을 주신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이 한가위에 기쁨과 행복이 없다면 은총 안에 있지 않음을 반성하고,
기쁨과 행복이 있다면 은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