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얼핏 보면 오늘 주님의 말씀은 의외입니다.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의미가 있고 옳은 말씀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보면 이 분열은 틀림없이 좋은 분열이고 거룩한 분열일 것입니다.
그 분열은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그러나 타파해야 할 그런 분열이 아니고
분명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하느님의 뜻을 지향하는 분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저지르는 분열은 자기중심적 분열이고 악마적이지요.
우리는 이해득실을 따져 이합집산하고,
좋으면 합치고 싫으면 갈라서는 그런 분열이잖습니까?
그리고 악마가 노리는 것은 늘 하느님 나라를 파괴하고
그 백성을 파괴하고 분열시키는 거잖습니까?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분열은 하느님 뜻을 이루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려는 분열이고 그래서 거룩한 분열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평화롭지 못하면서도 평화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평화를 원하면서도 평화롭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일치를 살지 못하면서도 일치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일치를 원하면서도 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우리입니다.
이렇게 인간적인 평화와 일치를 살지 못하는데
거룩한 일치와 분열은 더더욱 살기 힘들겠지요.
그런데 거룩한 일치는 무엇이고 거룩한 분열은 무엇입니까?
거룩한 일치는 하느님 사랑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것이요,
하느님 사랑 때문에 나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룩한 일치는 알겠는데 거룩한 분열이란 무엇입니까?
우리에게는 분열의 두려움이 있지요.
그래서 신자들조차 하느님과의 분열보다 사람과의 분열을 더 두려워하곤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과 정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불의와 타협하며 같이 사는데
그렇지만 그것은 사랑도 아니고 일치도 아님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거룩한 분열은 악령들과는 결단코 맞서고 갈라서는 분열이고,
하느님의 뜻에 거역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칼같이 끊는 분열입니다.
어제도 얘기했지만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을 반대하는 육신의 아버지와
칼같이 갈라서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만 아버지로 모시기로 하였지요.
그런데 불의를 칼같이 끊기 위해서는 사랑이 불같이 타올라야겠지요?
뒤집으면 하느님 사랑이 불같이 타올라야 불의를 칼같이 끊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