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오늘 복음은 어제 복음에 이어지는 가르침입니다.
어제 강론에서 저는 집사란 주님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고,
주님의 사랑으로 선심을 팍팍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주님의 선들 곧 재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는 재물을 불의하다고 단정하시고,
그러나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만들라고도 하십니다.
그런데 재물은 그 자체로 불의한 것입니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그럴 리가 없지요.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이 어찌 불의합니까?
영어에서 ‘Goods’란 말이 있습니다.
보통 ‘재산’, ‘재물’, ‘재화’, ‘상품’ 등의 뜻으로 쓰이는데
이 말이 어떻게 이런 뜻이 됐을까 제 나름으로 추측해보면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고 좋다고 하신 것에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선(All Good)이시고,
모든 선의 원천(Fountain of all goods)이시기에
그분에게서 나온 모든 것들도 당연히 선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재물이 불의하고 어떤 경우 불의합니까?
한 마디로 불의한 사람의 재물이 불의합니다.
하느님의 선을 자기 것으로 소유한 자의 재물이.
또 재물을 하느님 대신 섬기는 자의 재물이.
오늘 복음에서 그리고 다른 복음에서 말씀하셨지요.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이렇게 재물을 하느님 대신 섬길 때 재물은 재물의 신 곧 물신(物神)이 됩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하느님이 없어도 되지만 돈은 없으면 안 되지요.
그런데 주님께서는 불의한 것일 수도 있는 재물로 친구를 만들라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재물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불의한 것일 될 수도 있고 선행의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께는 무가 반 트럭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늘 하듯 옆 식당과 이웃들에게 무를 나눠드렸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재물은 결코, 불의하지 않고 사랑의 도구입니다.
이토록 하느님의 선들(goods)을 악용하지 않고 선용하면,
어제 말씀드렸듯이 선심을 팍팍 쓰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선들을 또 주시고 더 주십니다.
지난 바자회를 통해 저희는 많은 장학기금을 마련했습니다.
작년보다 더 많은 기금이 조성되어 올해는 작년보다
13명이 더 많은 40명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사회에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내년에 다시 줄어들지 모르니 작년 수준으로 주자는 의견과
쌓아놓지 말고 들어온 것을 모두 그대로 주자는 의견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의견은 금세 하나로 모였습니다.
대상을 우리가 조절하려 들지 말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나누자는,
그러니까 많이 주시면 많이 나눠주고 적게 주시면 적게 나눠주자는 쪽으로.
우리는 선의를 가지고 선심을 팍팍 쓰면 됩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선을 악용하지 않고 선용하는 것이고,
불의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을 가지고 친구를 만드는 법입니다.
하느님은 많이 나눠주는 사람에게 많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