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주 제33주일은 연중시기 마지막 주일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연중 마지막 주일이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중 제33주일의 주제도 ‘인생 결산’,
‘인생 최종 결산’이라고 함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오랜 뒤에 종들의 주인이 와서 그들과 셈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인생 결산을 할 때 우리는 일생을 잘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는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60세 환갑 되던 해에 마침 사제 서품 30주년이 되어
1차 인생 결산과 사제생활 결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의 결산은 ‘60년을 참 열심히 살았지만, 잘 산 것은 아니었다.’였습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성을 한 셈입니다.
잘못된 길을 갔다면 열심히 간 것이 오히려 잘못이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출세의 길을 열심히 갔다면,
그래서 천국의 길을 열심히 가지 않았다면,
하느님의 산은 오르지 않고 인간의 산을 열심히 올랐다면,
멀리 간 길은 돌아오고 높이 올랐던 산은 내려와야겠지요.
그리고 뒤처진 만큼 더 열심히 가고 더 열심히 오르기 시작해야겠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 앞에서 인생을 결산할 때 잘했다고 칭찬받기 위해서는
먼저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하고,
그런 다음 그 삶을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그렇다면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어떤 삶입니까?
주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까?
그것은 행복한 삶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부모가 자녀를 낳으며 불행하기를 바라고 낳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마찬가지로 하느님은 우리가 행복하도록 창조하셨고,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람보다 우리가 더 행복하길 바라십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세상의 잠깐 행복이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행복의 삶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도 바라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다시 묻게 됩니다.
무엇이 우리를 과연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사실 훌륭한 가르침이 많지만
대부분 불행하지 않게 하는 법을 얘기할 뿐
진정한 행복의 길을 제시하지 못하는데 주님께서 그 길을 제시하십니다.
그것은 사랑의 삶입니다.
사랑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벌어야 할 것이 실은 달란트(돈)가 아니라 사랑이고,
일을 열심히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사랑을 뜨겁게 해야 할 것입니다.
사는 동안 우리는 물론 욕심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불행하지 않게 하는 소극적인 길일 뿐입니다.
우리를 참으로 행복하게 하는 적극적인 길은 사랑이고
주님과 이웃을 모두 사랑하는 더 적극적인 사랑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 하느님을 만유 위에 사랑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조금(한 달란트) 주시고 많은 것을 요구하시는 모진 분으로 여기지 않고
모든 것을 주시고 우리 행복을 바라시는 사랑의 하느님으로 믿고 사랑해야 합니다.
어제 성무일도 낮 기도의 마침 기도로 오늘 나눔을 마치겠습니다.
“영원한 사랑에 불타는 빛이신 주님,
우리도 사랑으로 불타게 하시어, 만유 위에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위하여 같은 사랑으로 형제들을 사랑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