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모님께서 당신 자신을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스스로 당신 자신을 봉헌하신 날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모님께서 다신 자신을 스스로 봉헌하신 것을
우리가 그리 대단하게 생각할 것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드님을 봉헌하신 분이 당신을 봉헌하신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성모님 성가 가운데 ‘아드님이 가신 길 함께 걸으셨네’라는 성가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가사처럼 성모님이 아드님과 함께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함께하셨지만 오늘 우리가 특별히 기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들을 위해 봉헌하신 것보다 우리를 위해 봉헌하신 점입니다.
아들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시는 것은 성모님이 아니어도 하는,
다시 말해서 다른 엄마들도 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이 다른 엄마와 다른 것은 인류를 위해 봉헌하신 것이고,
그것은 아들 예수께서 인류를 위해 자신을 봉헌하신 것과 함께하신 거였지요.
그렇습니다. 아들 예수님의 봉헌은,
아버지 하느님께는 겟세마니에서 피땀을 뚝뚝 흘리는 순종의 봉헌이고
다른 한편 우리 인간을 위해서는 십자가 위에서 심장이 찔리어
피와 물을 쏟기까지 당신을 전부 내어 주시는 희생 제사의 봉헌입니다.
어머니 마리아의 봉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하느님의 뜻이 전해졌을 때
말씀하신 그대로 이루어지라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순종의 봉헌이었고,
아들이 십자가 위에서 심장이 찔리신 것을 아들을 성전에서 봉헌하실 때
당신 심장도 미리 꿰 찔리시며 아들을 인류를 위해 내어 주신 봉헌이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아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전부 내어 주신 것이고,
어머니 마리아는 당신 아들을 몽땅 우리 인간에게 내어 주신 것입니다.
이것을 기념하는 오늘 미사의 봉헌기도는 이렇게 축원합니다.
“주님, 주님 백성의 기도와 희생제물을 받으시고
성자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들으시어,
봉헌하여 은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게 하시고,
청원하여 응답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는 오늘 복음 말씀에 근거하여 이렇게 우리에게 권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분 아버지의 뜻을 실천할 때 우리는 그분의 형제들입니다.
우리가 사랑과 순수하고 진실한 양심을 지니고 우리의 마음과 몸에
그분을 모시고 다닐 때 우리는 어머니들입니다. 표양으로
다른 이들에게 빛을 비추어야 하는 거룩한 행위로써 우리는 그분을 낳습니다.”
성모님이 자신을 봉헌하여 아드님을 잉태하는 어머니가 되셨다면
우리는 자신을 봉헌하여 말씀을 잉태하는 어머니가 되라는 권고인데,
이렇게 봉헌하면 은총을 받지 못하는 이가 없을 거라고 오늘 봉헌송은 노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