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또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소?”
유다 지도자들이 여기서 말하는 <이런 일>이란
앞서 있었던 성전정화 사건일 겁니다.
자기들의 권한 밑에 있는 성전을 주님께서 무엄하게도 정화하셨으니
자기들의 권한이 침해된 심각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무슨 권한으로 그리 했는지 지금 따지는 겁니다.
그런데 지도자들은 자기들의 권한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주님께서는 그들의 독점적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셨을 뿐 아니라
그들이 권한을 독점하면서 성전을 오히려 더럽혔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도리어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성전을 정화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바로 그들이 성전 정화의 대상이라고 주님은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문득 구약, 다니엘서의 수산나 얘기가 생각납니다.
수산나가 자기를 강간하려던 두 원로의 모함으로 오히려 죽게 되었을 때
주님의 영이 어린 다니엘에게 내리고
영을 받은 다니엘이 수산나를 구하는 얘기지요.
다니엘서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사람들이 수산나를 처형하려고 끌고 갈 때,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이라고 하는 아주 젊은 사람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셨다.”
늙고 타락한 원로들에 의해 하느님의 공동체가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을 때
하느님의 영이 젊은 다니엘에게 내리고 하느님의 공동체는
영을 받은 다니엘에 의해 정화되고 올바로 가게 되었습니다.
권한이 제도에 의해 독점되면 성령의 자리는 없어지고,
성령께서 활동하시지 않는 교회는 타락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 성전의 정화는 누구라도 해야 합니다.
힘 있는 사람이 성전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고
성령을 지닌 사람이 성전을 정화할 수 있고,
성령을 지닌 사람이 성전을 정화해야 합니다.
원로들만 성전의 권한이 있고 그들이 정화해야 한다면
그 정화는 아마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주님만 성전을 정화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처럼, 다니엘처럼 성령으로 타오르면
누구나 성전을 정화할 수 있고
누구나 성전을 정화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전 정화의 권한은 성령의 권한이고,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요한복음의 표현처럼
하느님 집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는 사람이 성령의 권한자입니다.
이때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입니다.
“가서, 나의 집을 고치라.”는 사명을 받는 성 프란치스코 말입니다.
제 2의 그리스도로 하느님의 교회를 쇄신한 성인입니다.
그래서 새 교황님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하였습니다.
새 교황처럼 우리도
제 2의 그리스도가 되라는,
제 2의 다니엘이 되라는,
제 2의 프란치스코가 되라는 요청을 지금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