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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얼마 전 평창동 청원소 담당자로부터 이틀간 피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예전에 써먹었던 강의록 만으로도 거의 준비할 필요는 없으나

그래도 젊은 청원 형제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 지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며 참고해야할 것들을 메모하며 강의록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깨어나야할 시간이 아닌 밤 3시에 눈이 떠지면서 얼핏 스치는 것들이 있는 겁니다.

     

      "맞다! 어줍짢은 남의 얘기들 만을 전해 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적지않으 양의 강의 원고일랑 싹 무시하고

      차라리 내 얘기를 하자. 살아 온 내 얘기를..."

 

이런 생각에 미치니, 술술술 제 특유의 지나온 경험들이 머리에 스치는 게 아닙니까.

얼마 전 한창 쩔쭉이 피었을 무렵 인월(남원 근처 지리산 입구)에 다녀 온 이야기도 그 하나입니다.

 

인월 터미널에서 내려 집에 있을 '방서방'에게 전화를 하면 차를 갖고 금방 내려 와 쉽게 갈 수 있었지요.

하지만 모처럼의 시골 나들이에 편히 그리고 쉽게 가느니, 그리고 얼마되지 않는 거리니

산골 풍경을 음미하며 걸어보는 것이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조금은 헤멨지만, 다리가 없는 시냇물을 건너 멀리 산 아래 올려다 보이는

이종 사촌 집을 향해 무조건 걸었습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갖가지 한창 피고있는 봄꽃들이며 넘겨다보이는 울타리의 터밭들...전형적인 시골 풍경들이

더없이 좋았고 산골 공기는 그야말로 신선 자체였으니까요.

중간에 고구마를 심고계신 동리 아주머니께 혹시나 하여 길을 물어보니,

    

     "아, 그 선생님 집이요? 그 집 아저씨 억수로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아닙니까?

      어데서 오십니까? 이 길로 곧장 올라가면 됩니다."

 

가르쳐주신대로 좀 더 언덕 길을 오르다 보니,

마지막 외딴 집 앞에 커다란 하얀색 개가 낱설다 짓기는커녕 꼬리를 치며 반가와 하는 겁니다.

 

       "너 혼자 그렇게 있으니 심심하겠구나. 낱선 사람을 보고 그렇게 꼬리를 치니

       참 순하기는...!?"

 

나중에 사촌 선생님 왈- "그 개 사나운 개라서 무섭게 짖는 개인데 어찌 반갑게 꼬리를 쳤지요?"

 

또 얼마를 걷다가 땡볕 길바닥에 커다란 지렁이 한 마리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

죽은 줄로만 알았더니, 조금은 끔틀거려 손으로 집어다가 흐르는 물가 습한 곳으로 옮겨주었답니다.

 

여하튼 그 집에 오르는 길목의 야생화나 계곡물을 보고 느끼며...한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소박한 시골 환경에 쏙 빠져들어 불과 2Km 남짓 되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지내던 성거산이 떠올랐습니다. 6년을 지내면서 수없이 오르내리던 성거산 길!

그곳은 빠른 걸음으로 내리 달려도 읍내 큰 길까지 35분은 걸렸고 오르막 길은 4-50분은 족히 걸린

제법 짧은 거리는 아니었으니까요.

 

시골 길을 오르며 떠지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사람과 일로 정신없이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도시 삶이 아니라서 좋은...

산야와 흐르는 계곡 소리에 몸과 마음을 담으며 조용히 내면의 뜰에 빗자루질을 할 수 있는...

가진 것 그리 많지 않아도 마음 편한 풍족한 시골.

커퓨터 게임같은 유흥없이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숨쉬며 뛰놀 수 있는 순수 공간들.

흙과 바위가 있어 육체 노동 또한 도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밤이면 달과 별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나 만의 좋은 시간들.

벌레 한 마리나 한 포기의 풀, 나무들과 벗이 되는 단순 소박한 공간들.

모든 것들이 삶의 시가 되어 삶을 더없이 풍요롭게 하는...

 

그 집에 당도하니,

온통 꽃들이란 꽃이 다 피어 "어서 오시지요!"하며 활짝 환영을 하는 것이겠죠.

이것저것 자연 벗들과 할 일을 많이 하는 '방서방'의 새까만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답니다.


생활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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