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대림 시기 첫날인 오늘 백인대장 얘기를 교회 전례가 들려주는 것은
창세기의 그리스도론을 배경으로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얘기가 창세기 1장과 2장에 나옵니다.
1장은 어디 계시는지 알 수 없는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창조하시는 얘기입니다.
이 하느님은 신비의 하느님이고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곳에 계시는 분입니다
이에 비해 2장의 하느님은 인간이 있는 땅에까지 내려오시어
흙으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코에 숨을 불어 넣어 생명을 주시는 분입니다.
땅에까지 내려오시어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러 땅에 다시 내려오시는데 그분이 바로 말씀이신 그리스도십니다.
말씀으로 창조하시고 땅에까지 내려오지 않고도 인간을 구원하실 수 있는 하느님이
굳이 땅에까지 다시 오시는 것은 하느님께서 능력으로만 구원하시지 않고
사랑으로 구원하시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백인대장이 자기 종을 치유해달라고 청하자
주님께서는 즉시 “내가 가서 고쳐주마.”라고 하시는데
백인대장은 주님이 자기 집에까지 오실 필요가 없다고,
말씀으로 충분히 치유하실 수 있다고 믿음을 보입니다.
이 대림 시기에 우리도 백인대장과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종에게는 사랑을,
주님께는 믿음을 지닌 백인대장과 같이
이웃에게는 사랑을,
하느님께는 믿음을 지닌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