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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시자 그 눈먼 이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어렸을 때 제가 살던 동네에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그 귀한 의사가 시골까지 올 리가 없지요.
그래서 저희는 웬만한 병은 다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하고,
큰 병이 나야 도시 병원으로 차를 타고 가는데
그것도 돈이 있는 사람이나 갔습니다.
돈 없으면 그냥 죽는 것이지요.
돈 없어서 홍역에 걸리면 그냥 죽는 아이들이 많았고,
그렇게 아이가 죽으면 아버지는 그 아이를 가마니로 둘둘 말아
지게에 지고는 어머니 모르는 어디에 묻습니다.
아버지가 그 아이를 지게에 지고 나갈 때 어머니는 그저 울 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데 그때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시골에도 나중에는 의사가 와서 병원을 차리고
사람들은 그 의사에게 가서 치유를 받았는데
이것이 치유의 정석입니다.
의사가 오고 환자는 찾아가는 것 말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두 동작이 눈에 들어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시는 예수님의 동작과
예수님께로 다가가는 눈먼 이들의 동작입니다.
저는 이것이 구원의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게 오는 구원을 마중하는 것입니다.

구원 마중.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어렸을 적, 저의 낭만적인 기억 중의 하나가 달마중입니다.
부산에 가면 달맞이 길이 있던데
달마중 가는 것이나 달맞이 길을 찾아 가는 것이나
다 달에 대한 갈망과 사랑의 행위입니다.
이 갈망과 사랑 때문에 달이 뜨기를 기다리고, 마중 나가지요.

그런데 꼭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달은 갈망이 없어도 뜨고,
기다리지 않아도 뜨며,
마중 나가지 않아도 뜨지 않습니까?

그러나 갈망이 없으면 달이 떠도 보지 않을 것입니다.
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입니다.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 있는 사람은 마중은커녕
달을 보기 위해 밖에 나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구원자로 오시지만
구원은 구원을 찾는 자에게만 오십니다.
오늘 복음의 눈먼 이들은 구원을 찾는 자들이고,
찾아오는 구원을 마중하는 자들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느냐?”고 주님은 물으시고
그들은 “예, 주님!”하고 대답합니다.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믿기에 희망을 걸기도 하지만
갈망이 하도 극진하기에 믿는 것이라고.
구원에 대한 지극한 갈망이 구원을 믿고 희망하게 하고
구원에 대한 지극한 갈망이 구원을 찾고 마중하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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