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요한 서간은 세상과 그 세상 안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세상을 너무도 사랑하신 나머지 하느님이신 분이 사람이 되어 오셨다고
우리는 알고 특히 주님 성탄 축일에 그 의미를 특별히 기념하는데
주님의 세상 사랑과 우리 세상 사랑은 뭐가 다르기에 사랑치 말라고 하는 걸까요?
오늘 요한 서간은 이어서 이렇게도 얘기합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이 말씀들에 비춰 볼 때 세상 사랑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주님의 세상 사랑과 우리의 세상사랑.
영적인 세상 사랑과 육적인 세상사랑.
그리고 이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안주하는 세상 사랑이고,
주님은 구원하는 세상 사랑입니다.
우리의 세상사랑은 영원한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지나가는 세상을 사랑하여 세상에 안주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 인생이 불행해지겠지요?
그런데도 우리가 지나가는 세상을 사랑하고 안주하려고 하기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은 이런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것이지
주님께서 설마 우리처럼 지나가는 세상을 사랑해서 오신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사랑하게 하고 안주하게 하는 것을 육의 욕망이라고 서간은 또한 말합니다.
그러니까 세상은 악이 아니고 주님처럼 세상을 사랑하면 죄나 악이 아니지만
육의 욕망에서 비롯된 세상 사랑은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를 지향하지 않기에 악이고 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먼저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사랑하고,
그리고 지나가는 이 세상을 우리도 안주하지 않고 지나가면서
하느님 나라를 증거 한다면 우리도 구원하는 세상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저의 동기 수사님의 장례 미사가 있었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돌아가신 거지요.
그래서 장례 미사를 봉헌하고 고별식을 주례하며,
돌아가셨다는 말을 새삼 의미 새김을 하였습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묵상하니 고향에 돌아가듯 하나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저도 같은 곳에서 왔으니 제가 돌아가야 할 곳도 수사님이 가는 곳이고,
수사님이 먼저 가신 것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을 선명하게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이 세상에 오신 성탄절에 저는
세상을 떠남과 하느님께 돌아감을 묵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분께 강하게 말씀드립니다.
죽지 말고 돌아갑시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날 교회 묘지에 가면 쓰여있는 이 경구를 기억합시다.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이것을 이렇게 바꿔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네가(Hodie Tibi).
내일은 내가(Cras Mi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