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까?
그분께서 바로 물과 피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분이십니다.”
세상을 이기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니
즉시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세상을 이기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세상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를 이기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세상은 나의 밖에 있는 것인 데 비해
자기는 자신이기도 하고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병든 세상에서 사는 것도 고통이고 불행이지만
자기가 병든 것이 훨씬 더 고통이고 불행인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유혹의 근본 원인인 욕망을 이기는 내가 되면
세상이 아무리 유혹해도 유혹을 이길 수 있지요.
세상은 권력과 이권을 놓고 죽자고 싸우지만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고 안빈낙도하는 내가 되면
그 초연함으로 인해 나는 세상을 이기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오늘 서간이 얘기하는 것은 내가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이기는 것이요 그리스도를 믿는 내가 이기는 것입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으로 그리스도를 믿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정의로 세상의 불의를 이기고,
그리스도의 평화로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그리스도의 피 흘리는 사랑으로 세상의 미움을 녹여버립니다.
우리는 종종 이것을 의심합니다.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고,
그리고 어제 남북 간에 있었던 상호 간의 포격을 보고,
우리는 절망하고 그리스도의 평화가 과연 힘이 있는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의심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의심하면 삼손이 머리카락이 잘렸을 때 힘을 잃듯이 힘을 잃습니다.
그래서 믿음이 없는 사람이 악령 추방에 실패하듯
세상의 죄악을 추방할 힘을 잃고 실패하게 됩니다.
우리는 인간적인 신념만으로도 세상을 이기는 체험을 하곤 하는데
이런 신념보다 주님을 믿음이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념보다 더 강한 이 믿음이 내게 있는지 돌아보고
없다면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도움을 청했던 사람처럼 믿음의 도움을 또한 청하는 오늘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