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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늘 축일 감사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베드로는 신앙 고백의 모범이 되고,

바오로는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주었으며”

 

그렇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우리 신앙고백의 모범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백에 대해서 묵상을 해봤습니다.

 

나는 고백을 해본 적이 있는가?

사랑 고백이든,

신앙 고백이든.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 생각해보니 상대방은 제가 고백한 줄을 몰랐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제가 저의 속내를 다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속내를 내보이지 않았을까요?

나쁘게 얘기하면 내 사랑과 신앙을 싸게 주고 싶지 않은 자존심 때문이고,

좋게 얘기하면 고백이 터져 나올 만큼 그 사랑과 신앙이

진실하지 않은 나에 대해 진실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아무튼 저는 사랑도 있고 믿음도 있지만

그것을 감추지 않고 고백할 정도로 지극하지 않았고

억누를 수 없어 터져 나올 정도로 지극하지 않았던 겁니다.

 

사랑이든 신앙이든 고백은 차고 넘쳐야 나오는 것이고,

눈물처럼 억눌러도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인데 말입니다.

 

진정 고백은 머리에서 입으로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야 가까스로 입으로 터져 나오고,

머리에서 가슴을 거쳐 발끝까지 갔다가 입으로 터져 나와야 완전하겠지요.

 

솔직히 저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만큼 하느님과 이웃을 믿습니다만

신앙을 고백할 정도로 사랑과 신앙이 지극하지 않습니다.

 

이렇게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과 신앙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사랑하고 믿지만

고백할 정도까지는 제가 사랑하고 믿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신앙의 내용을 설명한 바오로 사도가

신앙을 고백한 베드로 사도보다 못하다는 말이 되네요.

 

그러나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겠지요.

신앙 고백 잘한 게 신앙의 내용을 설명한 것보다 더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바오로 사도가 베드로 사도보다 고백을 잘 못했다고 해서는 아니 되겠지요. 왜냐면 바오로 사도는 신앙의 내용을 잘 설명한 것 이상으로

신앙 고백도 드물게 잘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교회가 베드로 사도를 신앙고백의 모법으로 꼽는 이유는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그 어려운 고백을 처음으로 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첫 고백을 하였기에

우리도 그 모범을 따라 신앙 고백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베드로 사도가 어쩌면 눈물을 흘리며 한 고백과

바오로 사도가 치열한 삶으로 한 고백을 모범 삼지 않고

그저 형식적으로 마른 고백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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