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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오늘 복음을 묵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시편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는 맛보고 눈여겨보아라.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

 

왜 이 시편이 떠올랐을까요?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한 번 맛보았다면!

하느님의 좋으심을 한 번이라도 눈여겨봤다면!

 

그랬다면 우리는 다른 것에 눈길이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눈팔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이참에 <한눈팔다>는 말을 눈여겨봤습니다.

우리말이 참 재미있지요?

저는 나이를 먹을수록 흔히 쓰는 우리말에 담긴 뜻들이 새롭습니다.

 

<한눈팔다>는 말은 한 눈을 팔아먹는 것입니다.

두 눈을 다 한 곳으로 모아, 봐야 할 것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한 눈은 다른 곳에 팔아 눈길이 갈려 봐야 할 것을 눈여겨보지 못함입니다.

 

그런데 왜 한눈을 팔겠습니까?

그것도 좋고, 그것도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꽃에 저절로 눈길이 가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저절로 눈길이 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눈길이 가는 것을 어찌 나쁘다고 하고,

이렇게 눈길이 가는 것을 어찌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것을 또 어찌 나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너는 어찌 그리 아름다워 하느님을 가리느냐고 여인을 나무랄 수 있습니까,

그 아름다움에 한눈이 팔리는 저의 행위를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굳이 나무란다면 이 아름다움에서 저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거지요.

꽃의 아름다움에서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것 말입니다.

 

아름다운 꽃은 아름다우신 하느님을 가리지도 않고 감추지도 않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은 오히려 하느님이 얼마나 아름다우실지 상상케 합니다.

 

그런데 우리 맛의 둔함과 우리 눈의 어리석음으로

하느님의 좋으심이 종종 이 세상 좋은 것들에 가리고 묻힙니다.

 

그러니 차 맛을 보면서 하느님을 맛보고

꽃들을 보면서 하느님을 눈여겨볼 수만 있다면

하느님을 맛보기 위해 차를 끊을 필요가 없고,

하느님을 관상하기 위해 굳이 꽃밭을 뒤집어엎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하느님 나라는 땅에 묻혀 있다는군요.

묻혀 있지만 않다면 우리도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을 텐데.

아깝지 않게 다른 것을 다 팔아서라도 이 하느님 나라를 살 텐데.

 

이 세상 나라가 너무도 좋고,

이 세상 것들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하느님 나라는 이 세상 것들에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주님으로부터 오늘 복음을 들은 우리는

하느님 나라가 그것들 안에 묻혀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알았으니 이제 반은 된 것입니다.

알아보았으니 이제 맛도 보고 눈여겨도 보면 됩니다.

이제 나머지 반의 관상여행을 오늘 출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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