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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제가 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가 번역입니다.
부탁받은 책이나 제가 좋다고 여기는 책을
저 혼자서 짬짬이 번역하기도 하지만 공동 번역도 합니다.
거의 10년 간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글라라의 글을 번역하였는데
공동 번역을 하다보면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많이 배우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 의견이 갈리어 평행선을 달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수결로 결정을 합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Sancte Orationis et devotionis spiritum”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the spirit of holy prayer and devotion”인데
한국말로 “거룩한 기도와 신심의 영”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의견과
“거룩한 기도와 헌신의 영”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립니다.
Devotion은 신심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일과 관련해서는 헌신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맞다고 저는 생각하고,
프란치스코도 기도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 말을 쓰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가 오늘 얘기하고픈 것은 봉헌과 헌신에 대한 것입니다.
헌신은 투신과 마찬가지로 어떤 일에 자기를 바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봉헌은 하느님께 자기를 바치는 것입니다.
헌신이 열정(성)이라면 봉헌은 애정이고
헌신이 활동이라면 봉헌은 기도이며
헌신이 일적인 사랑이라면 봉헌은 인격적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헌신과 봉헌의 공통점은 사랑이고
사랑하는 것에 자신을 바치는 겁니다.

그러나 둘 다 사랑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래도 꽤나 다를 수 있습니다.
헌신은 일을 사랑하는 것이기에 자기 성취적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잘못하면 일에 대한 열성 때문에
하느님과 사람과의 인격적 관계를 등한시 하거나
하느님과 사람을 이용해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봉헌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봉헌은 자기성취가 아니라 자기희생이고,
소유가 아니라 내어줌이며,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면 하느님께만 봉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안에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봉헌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하느님께서 사랑하시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모든 사람은 不二이기 때문에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 곧 사람에게 봉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봉헌하는 사람은 헌신도 합니다.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할 겁니다.
사랑한다면서 자기 좋을 대로 할 수는 없고
사랑한다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대충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 같은 완전한 봉헌은 완전한 헌신이며
완전한 헌신은 완전한 순종입니다.

그러므로 주님 봉헌 축일,
우리 비록 주님처럼 완전한 봉헌을 하지 못하더라도
봉헌 없는 헌신의 우는 범하지 않기로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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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뭉게구름 2012.02.02 11:08:35
    우리 주님께서 모든 것을 주셨으니
    모든 것을 우리 주님께 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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