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1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갈망이 멈추는 곳에서 부르는 노래

 

내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존재하고 있고 어떤 희망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회상하는 삶은 회상을 통하여 현재를 더 아름답게 살고, 더 나은 미래를 내다보려는 데 있습니다. 나는 초가 다 녹으면 촛불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려 했지만 그런 걸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 생애가 끝나갈 무렵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나는 평범한 상태로 흘러가는 삶은 너무 지루하고 어리석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쟁과 비교의 현장에서 널 위해 애를 쓰기엔 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던 나는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홀로된 자의식 속에선 하느님의 부재와 자만심으로 가득 찬 현재만 있었기에 손을 내미는 건 수치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내가 누구인지 잘 몰랐습니다. 어제의 내가 아니라면 다음 문제는 난 도대체 누구라는 말인가? 하고 수없이 물었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지지로 명분을 얻어 항복을 받아내려고 했습니다. 나는 달리고 싶을 때 달리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쉽사리 흥분하는 건 안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다시 울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외롭고 울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마음을 둘 곳이 없어 깊은 심연에서 나의 갈망을 바라보았습니다. 내 눈물에 내가 빠지는 벌을 받으면서 앎이 시작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성 안에서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상당히 겁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기뻤습니다.

 

내 주변의 관계들과 이 모든 상황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찾아낸 건 결국 하느님이었습니다. 아니 하느님이 나를 찾고 계셨다고 말하는 게 더 쉬울 것 같습니다. 내가 만난 이들 가운데는 좋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 기억나지 않아도 그들은 장점이 많은 이들이었습니다. 나는 사람들 가운데서 일하시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창조의 손길로 내가 존재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낙원에 있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이 베푸시는 혼인 잔치에 선택받고, 초대받고, 사랑받는 경험을 안겨 주었습니다. 유혹과 황홀함, 추락과 상승의 반복, 받아들여짐과 무조건적인 용서, 끝없는 그리움과 갈수록 깊어지는 친밀함이 성스러움의 신비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지옥과 형벌로 겁을 주는 종교가 아니라 내어주는 사랑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옥과 형벌은 낙원에서 추방된 이들이 만든 종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을 붙잡아주셔서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 사람들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게 하는가? 아니면 인간의 다정함과 온유함이 하느님도 그런 분으로 상상하게 하는가? 진짜로 중요한 건 하느님이 인간 영혼과 친밀해지기를 바라시고 추구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감추어두셨던 비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갈망과 하느님의 갈망이 만나는 곳에 주님 영의 현존이 있고 영의 현존은 친밀함을 경험 뒤에 일어나는 관계의 현실들이었습니다. 신비로움과 놀라움, 친절함과 단순함, 수치에 대한 벌거벗음, 모험과 황홀함, 그리움과 고통까지, 그리고 사랑하면 연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게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이 사랑이라는 사실이 상호 간에 내어주는 사랑이며 모든 관계의 표본이자 모델이라는 사실이 사랑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의 중심 내용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사람은 사랑이 되셨습니다. 그 사랑이 바로 너로 존재하는 당신입니다. 당신과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났습니다. 하느님 없는 내가 의미가 없듯이 너 없는 나는 의미가 없습니다. 아울러 피조물 없는 나 또한 상상할 수 없습니다. 육화의 현장에는 언제나 관계에서 태어나는 아기가 있습니다. 서로의 관심을 다 뺏어가는 아기가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귀엽고 활짝 웃은 아이의 웃음은 서로의 관심을 다른 데에 돌릴 수 없게 만듭니다.

 

웃음으로 표현하는 내적 기쁨은 살아 숨 쉬는 이들이 드리는 최상의 기도이며 하느님께는 영광이 됩니다. 자신의 명랑한 현존으로 인간에게 친절하고 사랑이신 하느님을 찬미하기 때문입니다. 갈망과 갈망이 만나면 비밀의 방이 보입니다. 하느님의 갈망과 나의 갈망, 너의 갈망과 나의 갈망, 피조물의 갈망과 나의 갈망이 만납니다. 갈망이 멈추는 그 비밀의 방에서 나는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맑은 햇살 가득한 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 한 조각을 네 가슴에 품어보아라.

 

너 자신을 잊어버리고

한 줌의 구름이 인도하는 대로

너의 노래가 흐르도록 해보아라.

 

특정한 목적이나 목표 없이

마음대로 흐르게 하다 보면

하늘 아래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을 것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46 하느님 손에 들려있는 나의 자유 하느님 손에 들려있는 나의 자유   선악과를 먹은 것이 죄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높은 자리에 앉는 순간 악을 저지... 이마르첼리노M 2024.11.16 104
1545 도구로써 존재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도구로써 존재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루가 17, 21)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 이마르첼리노M 2024.11.14 71
1544 성 프란치스코의 갈망에 비춰본 나의 갈망 성 프란치스코의 갈망에 비춰본 나의 갈망   성 보나벤투라는 대 전기에서 이렇게 프란치스코의 갈망을 보여 주었습니다. &quot;프란치스꼬는 최고의 스승으로부터 위... 이마르첼리노M 2024.11.07 397
1543 열 넷째 날: 과거 슬픔에 담긴 보석들 열 넷째 날: 과거 슬픔에 담긴 보석들 과거에 잠시 지나가듯 예상하지 않았던 슬픈 체험들이 당신 자신을 그리고 당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던 일화들... 김상욱요셉 2024.11.05 86
1542 연결 연결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의 위선을 질책하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들이 찾는 것은 도덕적 성취가 곧 구원이라는 가르침이었습니... 이마르첼리노M 2024.10.25 106
1541 하느님께서 그려놓은 큰 그림 하느님께서 그려놓은 큰 그림   하느님의 작은 부분을 체험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진짜로 아는 사람은 성급하게 말하지 않... 이마르첼리노M 2024.10.24 85
1540 자연 안에서 꽃피는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적 선 자연 안에서 꽃피는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적 선   자연은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냅니다. 평온한 자연은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부드러운... 이마르첼리노M 2024.10.22 91
1539 가을 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제2부 2/2 제2부 시작 6 사랑하는 건 부끄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속으로만 삭이던 말을 밖으로 내 보내도 괜찮습니다. 슬픈 여인들의 얘기가 어디 한두 가지에 그치겠습니까... 이마르첼리노M 2024.10.21 77
1538 가을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제 1부 1/2 가을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1 찬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지나온 세월의 굴곡을 보는 듯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으로 억새들의 하얀 머릿결을 쓰다듬는 손길을 ... 이마르첼리노M 2024.10.21 82
1537 감정 (마음의 정서적 자유를 찾아서) 감정 (마음의 정서적 자유를 찾아서)   우리의 몸과 마음의 정서를 깊이 살펴보면 감성과 감정의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감정이 부상을 ... 이마르첼리노M 2024.10.16 162
1536 말씀의 통치를 받아들이려면 말씀의 통치를 받아들이려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으로 작은아들, 임신하지 못하는 여인, 창녀, 세리, 나병환자, 죄인, 여자, 흑인, 비종교인, 동성애자, ... 이마르첼리노M 2024.10.12 96
1535 매형을 떠나보내며 (회상의 편지) 매형을 떠나보내며  (회상의 편지)   가을이 깊어 가는 날 먼 길을 떠난 매형을 회상하며 매형의 영정 앞에 이 편지를 드립니다.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그리움, ... 이마르첼리노M 2024.10.10 88
1534 억새들의 수런거림 억새들의 수런거림   구월의 끝자락 바람이 불어오는 들판에 억새들이 수런거린다. 가을의 속삭임을 담아 은빛 물결이 춤을 춘다.   햇살에 반짝이는 그들의 몸짓... 이마르첼리노M 2024.09.30 134
1533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신비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는 사랑의 신비이며 사랑의 신비는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내어주는 신비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물과 모든 ... 이마르첼리노M 2024.09.29 83
1532 폭염(暴炎)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폭염(暴炎)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폭염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하루 사이에 대지를 숯덩이처럼 불태우던 더위가 사라지고 성큼 가을이 찾아왔... 이마르첼리노M 2024.09.25 131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5 Next ›
/ 10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