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오늘 주님께서는 황제의 것과 하느님의 것을 나누어 말씀하시는데
저의 프란치스칸적이고 신앙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
황제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신앙인은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닙니까?
그러니 이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곧 말이 안 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주님께서 말씀하셨으니 말도 안 된다고 너무 쉽게 일축해서는 안 되고,
뭔가 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봐야겠지요.
제 생각에 그것은 진짜 황제의 것이 아니라
황제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래서 자기 것 돌려 달라고 하니 돌려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거듭 말하지만 우리 신앙인에게는 한가지 뿐입니다.
모든 것은 다 그 주인이신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하지만 이 세상 사는 동안엔
공동선을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고 그것은 성실히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종교인들의 과세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개신교 목사들은 구약의 제사장들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을 근거로 내지 않지만
우리 가톨릭은 오늘 주님 말씀에 따라 1994년부터 세금을 내고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는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궁금합니다.
프란치스코는 권고 11번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리면서
자기에게는 아무것도 남겨 두지 않는 사람은 복됩니다.”
그러니까 프란치스코는 여기서 유형무형의 선들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서 무소유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정신에서 프란치스코는 아무것도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도 실은 그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요.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서 주셔서 잠시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더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것은 이제 더 필요한 사람의 것이 돼야 하기에
프란치스코는 더 필요한 사람 곧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주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길을 가다가 점심이 되어 남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 먹었습니다.
남의 포도밭이 아니라 하느님 포도밭이라고 생각했기에 거침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포도밭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인에게 붙잡혀 두들겨 맞았고,
동행하던 마세오 형제는 도망쳐 맞지 않았지요.
그는 그 상황에 대해 이렇게 익살을 떨며 길을 갑니다.
‘마세오 형제는 잘 먹었네. 프란치스코 형제는 잘 얻어맞았네.’
저는 또 이 얘기를 근거로 포르치운쿨라 행진을 할 때
행진자들에게 과일이나 채소들을 서리해 오라고 하고,
아무 죄책감 느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상당수 참여자가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고,
제가 나서서 하면 몇 분이 따라 하는 정도지만
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프란치스칸 정신을 각인케 하기 위함이지요.
아무튼, 우리는 재물뿐 아니라 재능까지, 주인이신 하느님께 다 돌려드리고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우리가 되기로 다짐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