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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정한 사람이므로,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
“그때에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오늘 우리는 놀라운 얘기를 듣습니다.
아니, 놀라운 장면을 목격합니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 이전의 나병 환자는 진영 밖에서 혼자 살아야 했고
“부정한 사람이오, 부정한 사람이오”하며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들을 사람 사는 곳 밖으로 밀어낸 것이고,
그들은 성한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는 나병환자들이 다가 간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다가가신 것보다 더 놀랄 일이지요.
임금이 병들고 가난한 백성을 찾아간 것도 대단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백성이 임금에게 찾아간 것은 더 대단한 것이지요.
그 백성의 용기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게 한 임금의 사랑이 대단한 것입니다.

실상 나병 환자를 찾아가는 사랑보다
나병 환자가 거리낌 없이 찾아올 수 있게 하는 사랑이 더 큽니다.
그것은 병문안 가는 것보다
병자를 내 집에 들이는 것이 더 큰 사랑이라는 뜻도 되지만
감히 올 수 있도록 자존감을 키워주는 사랑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병이나 생김새 때문에 사람을 피해 숨어사는 사람을
Coming out하게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자기를 부정하고 부끄럽게 생각한 사람,
자기를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고 ‘부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제 자신에게서 ‘부정’은 떼어내고 ‘사람’을 회복한 것이며
‘못생긴 사람’이지만 못생긴 것을 개의치 않게 한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케 한 것이고
병이나 장애나 생김새 등 온갖 외적 굴레에서 자유롭게 한 것입니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주님께서 우리 여느 인간과 달리
나병 환자에게서 나병을 보지 않고 사람을 보셨기 때문이고,
나병을 혐오의 눈으로 보지 않고 연민의 눈으로 보셨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할 때
그것은 사람을 꽃과 비교하여 더 아름답다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과 비교해서 아름답지 않고 사람이기에 아름답다는 것이요,
외양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존재를 보지 않고
존재의 좋은 점만을 보는 것, 이것은 소유적 집착입니다.
존재의 서술어를 보지 않고
서술어의 주체인 존재를 보는 것, 이것이 사랑의 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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