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실하지 못해도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성실하십니다.”
오늘의 서간은 하느님의 성실하심과 우리의 불성실함을 비교하는데
사실 우리는 불성실합니다.
불성실하지 않다고, 더 나아가서 성실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뻔뻔한 사람은 우리 중에 아마 없을 것이고,
그러므로 철면피가 아니라면 우리는 오늘 이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의 불성실에 대해서 마땅히 마음이 찔려야 하고,
하느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커야 할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의 불성실에 대해서 성찰하고 반성할지라도
그 성실함과 불성실함의 과녁이 올발라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는 성실이나 불성실을 얘기하면 즉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성실과 불성실을 떠올리고,
일도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 자기가 맡은 일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바오로 사도가 티모테오에게 얘기하는 성실함은
하느님께 대한 성실함이기에 결코 일적인 성실함이 아닙니다.
인격적 성실함이고, 사랑의 성실함이며, 그래서 어쩌면
성실함이라기보다는 정결함이라고 함이 좋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하느님께 성실함은 오늘 주님 말씀과 맥을 같이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뿐이시기에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다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무엇이 다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남김없이 다하는 것이고,
일부를 남기지 않는 것이며,
일부를 다른 어디에 남기지 않는 거지요.
그러므로 마음을 다하는 것은 마음이 나뉘어(분심하여)
마음 일부는 하느님께 두고 다른 일부는 사람에게 두지 않는 것이고,
힘을 다하는 것은 힘이 나뉘어
힘의 일부는 하느님 일에 쏟고 다른 일부는 자기 일에 쏟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웃 사랑도 하라는 주님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하느님께 다 쏟으면 이웃에게 갈 사랑은 없는 것 아닙니까?
원래 이웃에게는 남기지 말고 하느님만 사랑하라는 뜻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깊이 생각하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같은 것이고,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은 이웃에게가 아니라 자기에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만 없으면 하느님이나 이웃이나 하나이고,
자기만 벗어나면 하느님 사랑이나 이웃 사랑이나 같은 것입니다.
자기가 있을 때 하느님의 사람과 나의 사람이 나뉘고,
자기 안에 갇혀 있을 때 하느님의 일과 나의 일이 나뉘는 거지요.
자기가 없으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은 다 하느님의 것이고,
그러기에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의 것들도 사랑하는 것이며,
하느님을 위해서 하는 것은 하느님의 것들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