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1주 월요일-2020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어라.”
오늘 주님의 말씀들은 문제적인 말씀들입니다.
악인과 맞서지 말라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이 악인과 맞서지 말고 그에게 복종하라는 뜻이거나
복종까지는 아니고 타협하라는 뜻이라면 아무리 주님의 말씀일지라도
옳은 말씀이라고 할 수 없고 그래서 우리가 따를 수 없는 말씀이지요.
그러므로 이 말씀은 복종이나 타협의 뜻이 아니라 뒤에 이어지는
말씀들에 비추어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여기서 악인이란 하느님의 뜻에 거역하는 죄인이나
사회정의를 거스르고 사회악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고
나를 힘들게 하고 내게 상처와 고통을 주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에 대해 주님은 맞서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 뜻은 맞대응하거나 말려들지 말라는 뜻입니다.
제가 연예인들이 악플로 인해 불행해지거나 자살까지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왜 그들의 악플을 보느냐,
보더라도 대응치 않으면 되는데 왜 대응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악플을 볼 때부터 이미 그 악인들의 악에 말려드는 것이고,
한번 대응하기 시작하면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더 얽히게 되지요.
이는 마치 쓰레기 더미나 똥 더미에 발을 디디는 것과 같은 것이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쓰레기 더미나 똥 더미에 발을 디딜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도 악플에 말려드는 것은 왜이겠습니까? 원해서겠습니까?
원치 않는데도 말려드는 거지요.
남이 상처를 줘서 상처받았다고 하는 사람에게 제가 하는 말이
‘준다고 다 받느냐? 좋으면 받고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인데
그런데도 받는 것은, 받고 싶지 않은데도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이지요.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싶지만 몸이 약하고 면역력이 약해 받듯이
상처나 모욕 같은 것들도 받고 싶지 않지만 약하기 때문에 받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서 약하다면 무엇이 약한 것일까요?
심리적, 정신적, 영적으로 약한 것이며 그래서
심리적으로 약하면 우울증에,
정신적으로 약하면 정신병에,
영적으로 약하면 마귀 병이 드는 것이고,
한 마디로 얘기하면 사랑이 강하지 못하거나 불완전하여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 영적 고통에 약한 것이지요.
그런데 사랑은 또 왜 불완전하고 약합니까?
그것은 고통과 어려움 가운데서도 사랑하려고 하지 않고,
마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좋은 것만 좋아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자란 사람은 웬만한 악플에 까딱없습니다.
연예인 같이 인기를 끌고 좋은 얘기만 듣던 사람이 계속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기에 악플을 보게 되는 것이며 악플에 말려들고 흔들리는 겁니다.
그러니 한 뺨 맞고 다른 뺨까지 맞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
오 리뿐 아니라 십 리까지 가 줄 사랑이 있는 사람은 악인이 하는 짓에
말려들지도, 대응하지도, 까딱하지도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경지에 도달하면 맞설 악인조차 없게 되겠지요?
내일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을 보게 될 텐데
원수까지 사랑하면 내게는 악인이 아예 없게 되는 거지요.
바라고 요구하는 딱 그만큼이 아니라
바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더 사랑하려는 우리가 되라시는 오늘 주님이십니다.
오늘과 중요한 강론을 다른 데서 하게 되어 있고,
모레는 갑작스럽게 강의를 하게 되어 그 준비로
오늘 강론을 전의 것으로 올렸고 어쩌면 모레도
그렇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