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백합꽃
샤워를 끝낸 머릿결에 아직 남아 있는 비누 향
가냘픈 허리에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히는 손
참새 한 마리가 꽃 위에 앉으려다 나비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벌들이 다가와 여기 앉아도 되나요? 물었다.
귀하고 귀한 손님에게 미소를 짓고 상냥하게 말했다.
향기 짙은 꿀을 드리려고 기다렸어요.
긴 나팔을 불어 새벽잠을 깨운다.
얼른 들판에 나가 보셔요.
초록 숲에서 잔치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벌써 동네 식구들이 많이 왔네요.
돌로 된 심장에 살로 된 마음을 넣고
상한 몸을 일으켜 세우시는 분께서 초대했거든요.
이웃들이 많이 참석하면 더 좋지요
주고 싶은 이들에게 맘껏 주고 싶으니까요.
개미와 놀던 진딧물까지 자리를 잡고 앉았네요.
고사리손으로 기도하는 채송화도 곁에 있고
강아지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네요.
난 너무 행복해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잔칫상은 누구라도 올 수 있어요.
무상으로 내어주시는 분께서 이미 계산을 끝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