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외칩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죽음의 공포가 제자들을 덮칩니다.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어버릴 것 같아
두렵습니다.
더 두려운 것은
그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손을 쓸 시간도 없이
벌써 배에 물이 거의 가득 찼습니다.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데
스승님은 옆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예수님을 깨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황이 마무리되고 나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믿음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예수님에 대한 믿음보다는 원망 때문에
깨운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태평하게 잠만 주무시는 것 같아
원망스럽습니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웁니다.
잠에서 깨어나신 예수님께서는
바람을 꾸짖으십니다.
곧 바람과 호수가 예수님께 복종합니다.
그 모습을 본 제자들은
이제 예수님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물론 풍랑을 두려워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자들은 다시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오늘 제자들의 상황은
우리의 삶과 비슷합니다.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어려움은 점점 커집니다.
그 상황이 쉽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상황에 나 혼자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주무시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기도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느님께 청하면서
우리의 믿음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오늘 복음의 제자들처럼
믿음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 청할 수도 있습니다.
믿음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기도가 들어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하느님께 청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원망일지라도
하느님께 꾸준히 기도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꾸준함은
우리를 놀라움으로 이끌 것입니다.
주무시는 듯한 하느님
나의 어려움에는 관심이 없으신 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부족한 믿음에도
꾸준히 하느님께 청하며
그 청한 것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