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여라. 너희가 사람들 앞에서 하늘나라의 문을 잠가버리기 때문이다.”
오늘과 내일의 복음은 주님께서 유대 지도자를 꾸짖으시는 내용입니다.
얼마나 호되게 꾸짖으시는지 이들과 같은 부류인 제가 사뭇 듣기 거북하고,
어떤 것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인데 그중에서도
하늘나라의 문을 잠가 버려 자기만 하늘나라에 못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도 못 들어가게 한다는 말씀이 특히 그러 합니다.
그런데 하늘나라의 문을 잠그는 것은 하느님 당신이시지
어찌 일개 인간이 하늘나라의 문을 잠근다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주일 복음에서도 불의를 일삼는 자들에게는 하늘의 문을 닫아버리고 아무리 하소연해도 열어주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신 건 주님이 아니셨나요?
허나 어제 말씀도 주님께서 하셨고 오늘 말씀도 주님이 하셨기에
두 말씀이 다 맞는 말씀이라면 이런 뜻이 되겠습니다.
하늘의 문은 주님과 우리 인간이 같이 여닫는 거라고.
주님께서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가 우리 이웃을 용서하면
주님께서도 우리의 죄를 용서하신다고 하시는 것처럼
우리를 그렇게 격상시키셔서
하늘 문을 여닫는 권한까지 주시겠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웃에게 하늘 문을 열어주면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곧 내게도 이웃에게도 문을 열어주시고,
우리가 이웃에게 하늘 문을 잠가 버리면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문을 잠가 버리신다는 말씀이 아닐까요?
이것은 엄청난 높임입니다.
너무도 파격적이고 그래서 그 막중함에 부담스럽기까지 하지만
이렇게 높이시는데 우리도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아니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일 율법학자와 바리사이가 그러하듯
하늘이 없는 듯이 불의를 저지르고 다른 사람도 거기에 끌어들이면
그 것이 자기에게도 하늘 문을 잠그고 남에게도 잠그는 것입니다.
율법만 있고 사랑은 없는 듯
그리고 이 세상 사는데 사랑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듯
사랑을 능멸하고 다른 사람들도 사랑이 없는 듯 살아가게 할 때
그것이 자기에게도 하늘 문을 잠그고 남에게도 문을 잠그는 것입니다.
우리를 이토록 높이시는 주님의 사랑도 몰라보고
책임감 없는 사랑으로 사랑을 타락케 하는 내가 아닌지 살피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