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혈하는 여인의 이야기가
회당장 야이로의 딸 이야기 가운데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믿음이라는 주제로 연결됩니다.
하혈하는 여인의 경우
인간의 힘으로 치유되지 못하는 병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병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였다는 의미로
복음은 그녀가 12년 동안 하혈했다고
전합니다.
성경에서 피는 생명을 뜻하기에
그녀가 하혈했다는 것은
그녀가 죽어가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야이로의 딸의 경우도
이야기의 처음에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결국 그 딸은 죽게 됩니다.
그녀의 경우 역시
예수님께 청했다는 것에서
인간의 힘으로 치유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야이로는 회당장이었습니다.
그러한 사회적 신분으로
예수님께 청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경우가
예수님께 청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이 소녀가 얼마 동안 병을 앓았는지
나오지 않지만
소녀의 나이가 열두 살이었다는 언급으로
마치 12년 동안 이 소녀도
병을 앓다가 죽었던 것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죽음
하지만 이 둘은 결국 인간의 힘으로
그 죽음을 극복합니다.
그것은 바로 믿음입니다.
인간이 병을 직접 치유하거나
스스로 죽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믿음은
생명이 인간의 영역을 넘어가는 것임을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임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행위입니다.
인간이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할 때
오히려 그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오늘의 두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것이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무능력을 보는 것은
우리의 무기력을 느끼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느님께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