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583 추천 수 0 댓글 18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배가본드(vagabond)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말로 여행자라고 번역되는 말인데 이것을 영영사전에서는

wandering aimlessly without ties to a place or community’라고 풀이합니다.

 

풀이하면 어떤 일정한 장소나 공동체에 매임 없이

그리고 아무 뚜렷한 목적 없이 떠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는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요즘 참으로 여행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좀 더 고상하게 성지 순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한곳에 매인 삶이 답답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이렇게 저는 함부로 의심도 하고 비판도 합니다.

 

아무튼 여행이나 순례나 공통점은 어떤 곳에 매이지 않고,

머물던 곳을 떠나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의 아모스나 복음의 제자들도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여행자나 순례자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여행자와 순례자가 자기 스스로 떠나는 것이라면

예언자와 사도들은 부르심 받고 파견받아 떠나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점입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여행자와 순례자가 자기가 좋아서

그리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곧 자기가 끌리는 데로 간다면

예언자와 사도들은 가기 싫어도 가라고 하시니 가고,

가고 싶지 않은 곳도 가라고 하시니 가는 것이 다른 것이지요.

 

실로 저희 수도자와 선교사에게 관건은 파견의식입니다.

여기서 파견의식이란 파견 예절의 뜻이 아니라

나는 파견되는 존재라는 정체성 의식을 말함입니다.

 

내가 파견되고 안 되고는 파견자의 뜻이고,

어디로 파견되는 것도 파견의 뜻이며,

파견되지 않으면 있는 곳에 계속 있는 것도 파견자의 뜻입니다.

 

그런데 수도자건 신자들이건 이런 파견의식이 없어

파견자의 뜻을 생각지 않고 셀프파견을 하려 합니다.

 

옛날 수도자들은 선교사로 파견될 때

선교사가 될 생각이 없는데도 선교사가 되라고 하니 되고,

갈 곳도 자기 선택이 아니라 가라는 곳이, 갈 곳이 되었는데

지금은 내가 선교사가 되고 싶어서 되고

가고 싶은 곳이, 갈 곳이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집니다.

 

여행자나 순례자와 예언자나 선교사의 차이는 여행 짐을 봐도 알 수 있지요.

요즘 여행자들은 웬 짐이 그리 많습니까? 짐이 짐스럽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속으로 비판합니다.

다른 것은 그렇게 짐스러워하면서 여행 짐은 하나도 짐스럽지 않은가 보다고.

 

오늘 주님께서는 짐에 관한 규정을 파견 규정으로 내려 주십니다.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아무것도 너에게 짐이 되고 지장이 되지 않게 하라!

아무것도 네가 의존하는 필수품이 되지 않게 하라!

 

네가 오로지 지녀야 할 것 곧 짐은 주님뿐이다!

주님의 복음과 주님의 평화만 너의 짐이다!

 

주님의 파견 규정에는 가야 할 곳도 있습니다.

가야 할 곳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경치 좋은 곳 또는 명승지가 아니라 사람들입니다.

목적이 복음 선포이니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파견 규정에는 마무리 규정도 있습니다.

떠나갈 때 파견자의 뜻대로 파견되었듯

마칠 때도 파견자의 뜻대로 마쳐야 합니다.

 

더 있고 싶다고 하지 않음은 말할 것도 없고,

환영받지 못할 때 뒤끝이 작렬해서도 안 됩니다.

발의 먼지를 털고 깨끗이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함에는 그곳을 깨끗이 떠나는 뜻도 있지만

더 중요한 뜻은 새로운 곳으로 가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곳도 그리고 어떤 사람도 애착하지 말고,

그저 하느님 뜻에 따라 있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라는 주님의 뜻 말입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여행자가 아니라 복음 선포를 위해 파견된 자들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성체순례자) 2024.08.11 00:01:18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4.07.14 06:15:38
    당쇠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1Aug

    연중 제19주일-믿을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Date2024.08.1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3 Views276
    Read More
  2. No Image 10Aug

    성 라우렌시오 부제 축일-어차피 죽을 인생이라면

    성 라우렌시오 축일-2024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식이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되었을 때 자기 자녀의 장기...
    Date2024.08.1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409
    Read More
  3. No Image 10Aug

    2024년 8월 10일 토요일 아니마또레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기도

    2024년 8월 10일 토요일 아니마또레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기도 by 고인현 도미니코 신부 ofm 아니마또레(이태리어): '보듬어 주고 영감을 불어넣는 자'를 의미합니다. 에페소 공의회(431년)에서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포한 성모님을 ‘평화의 모후’이시며 ‘모든 ...
    Date2024.08.10 Category말씀나누기 By고도미니코 Reply0 Views86
    Read More
  4. No Image 09Aug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사람의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한 사람에게 있어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하느님께서도 알고 계십니다.  그토록 중요하기에  사람들은 그 목숨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어려움은  그것을 지키기가 결코 쉽...
    Date2024.08.0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명겸요한 Reply0 Views60
    Read More
  5. No Image 09Aug

    2024년 8월 9일 금요일 아니마또레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기도

    2024년 8월 9일 금요일 아니마또레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기도 by 고인현 도미니코 신부 ofm 아니마또레(이태리어): '보듬어 주고 영감을 불어넣는 자'를 의미합니다. 에페소 공의회(431년)에서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포한 성모님을 ‘평화의 모후’이시며 ‘모든 ...
    Date2024.08.09 Category말씀나누기 By고도미니코 Reply0 Views55
    Read More
  6. No Image 09Aug

    연중 18주 금요일-사랑의 숨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오늘 주님의 말씀에서 ‘목숨’의 의미를 오늘은 새겨보려고 합니다. 주님께서 ‘자기 목숨’과 ‘목숨’을 구분하여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
    Date2024.08.0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667
    Read More
  7. No Image 08Aug

    연중 18주 목요일-주님은 내게 어떤 분?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이 질문을 주님께서 제게 하셔도 저는 베드로와 똑같은 답을 할 것입니다. 정답을 얘기한다면 그렇게 답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정답이 아니라 주관적인 답을 듣기 원하신다면, 다시 말해서 주님은 나...
    Date2024.08.0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70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349 Next ›
/ 134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