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파견하십니다.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무엇을 믿고 제자들을 파견하셨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당신과 함께 지낸지 얼마 되지 않은 그들이
파견될 정도로 능력을 갖추거나
훌륭한 사람들이었는지 물을 때
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파견에 앞서 예수님께서
권한을 주셨지만
그것마저도 제자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
선뜻 그렇게 행동하셨을까
놀랍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는 제자들은 대부분 어부였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제자로 뽑으셨다는 것도
특이한 점인데
더욱이 당신이 하시는 일을 똑같이 하도록
파견하셨다는 것은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생각하게 합니다.
제자들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었음은
확실합니다.
오히려 그들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예수님께 더 중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을 통해 무엇인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그들의 능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들을 통해 이루신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능력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일 역시 그러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꼭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만
당신의 일을 맡기지는 않으십니다.
능력이 없어도 그들을 통해
당신의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은 단지 하느님의 도구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 고유의 방식대로 일이 진행되고
그 안에서 그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하느님과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
능력을 키울 필요도 있지만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루시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기도 하고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던 부분도
생각 외로 진행되는 것을 볼 때
하느님께서 일을 하신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나의 능력만 바라본다면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담이나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느님과 함께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면
그 부담은 좀 덜 할 것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함께 이루어 가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