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3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동 수도원 입구에 애지중지 돌보는 작은 무궁화 한 그루가 있습니다.

커다랗고 튼실한 나무로서 잘 자라주기를 희망하면서 거름과 매일 물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한주간 연피정을 다녀 오니, "맙소사!" 작은 송충이들이 잎이란 잎은 몽땅 갉아 먹어치운 겁니다.

한 60Cm 정도 크기의 대만 달랑 남았으니, 이것이 더 이상 살 수 있으런지조차 의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신비를 대할 때 보통 생명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만,

어린 무궁화 잎을 송두리채 갉아 먹어치운 송충이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픈 마음이 오래 가시지 않는 겁니다.

 

하기사 지난 세월, 산 속 성거산에서 지냈을 때 같은 맥락의 경험이 되살아 납니다.

어느 할아버지가 손바닥만한 작은 무궁화 묘목 여러 그루을 주시어

좌우 올라가는 길섶에 심었더니 여간 잘 자라는 게 아니어서, 어서 꽃필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손가락만한 송추이들이 어디에서 생기는 건지, 매일 새벽마다 몇 마리씩 잡아주는 게 일과가 되었답니다.

그냥 놔두었다간 연한 잎을 싹쓸이할 테니까요.

그렇게 정성을 들여 그 해에는 물론 다음 해에는 갖가지 다른 모양의 화려한 무궁화꽃을 감탄스레 볼 수 있었지요.

가끔 그 무궁화들이 매년 꽃을 잘 피우고 있을까...그림을 그려보면,

워낙 송충이를 잘 타는 나무라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고개를 잘래잘래 흔들게 된답니다.

 

그런데 송충이는 뭐지요?

꽃의 꿀을 따려 작고 큰 날개짖을 하는 화려한 나비들의 전신이 송충이가 아닌가요?

나비들은 자신들의 후손을 잘 보존하도록 본능적으로 알과 송충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나뭇 잎을 선택하게 되구요.

나비와 송충이와의 신비한 관계를 알게되면,

자연적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신비에 대하여 몰라도 너무 몰라 송충이는 죽여야 하고 무궁화 나무는 애지중지해야 하는

자연에 반하는 저의 애고(Ego)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거지요. 동양적인 사고에 의하면, 무아(無我)의 경지를 견지하여

작고 큰 그런 아픔들조차 초월해야 한다고 도사님처럼 그럴 듯 하게 시치미를 뗄 수도 있겠고요.

 

어디 송충이로 생명의 경각에 이른 이 무궁화 뿐이겠나요?

그 자리 바로 옆엔 오래 전에(15년?) 수십년 자란 거목, 오동나무가 있었답니다.

제가 극구 반대했어도, 아니, 반이나 1/3정도 만이라도 남겨놓자 건의를 했어도

그 시절 원장님의 단호함에 의해 제가 외출한 날, 인정사정없이 베어버리게 된 거지요.

이유는 떨어지는 꽃과 잎이 지저분하고 눈에 거슬린다나요.

지금은 싹뚝 잘린 그 오동나무 커다란 밑둥이만 남아 있어 그 옆을 지나칠 적마다 죽은 그 나무의 유혼이

이렇게 독백을 되뇌일 것만 같답니다.

       "나, 오동나무 귀신... 그토록 오랜 세월 살다 간 생명이 안스러워 두고두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오. 원귀되어 하루 아침 생명을 앗긴 설음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자고로 함부로 사람에게나 자연사물에게나 씻을 수 없는 깊은 아픔, 상처를 입히는 건...하느님 사랑에 등을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어느 마을에 터줏대감같은 거목이 있으면 함부로 배어서는 안된다는...오랜 세월 견디어 온

그런 나무에 대한 생명 존중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골 마을에는 마을의 평화를 지켜주는 그런 거목에 대한 일화들이

한 두개쯤은 있어,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전설따라 삼처리'같은 이야기들이 종종 회자되는 건 괜한 소리가 아니니까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8 친구가 있어 행복하지 아니한가! T 평화/ 선 천안행 지하철- 흔히 눈에 띄는 일 중에 삼삼오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서 어데론가 가시는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아마도 가까운 온양이... 2 2007.03.10 2272
187 가슴 저미게 하는 이 가을!!! T 평화/선 샛노란 국화가 성거산의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인 양, 선배님들 묘지엔 구절초와 용담이 내일이면 꽃망울을 터뜨릴 새라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시간... 3 2009.09.16 2281
186 낯선 강아지야,그만 짖으렴! T 평화를 빌며. 어제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웬 낯선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가 주인도 없는 집에 혼자 집을 차지하고 있다. 외눈박이 점에다 삐쩍 마르고 뻐덩니를 ... 2006.10.15 2282
185 화장실 배수관 이것은... 인내 화장실 배수관 파이프를 구입하는데 정확히 3시간 하고도 20분이 걸렸다. 제품이 진열된 곳에서 선정한 다음, 1차 영수증 발급을 받고 그 영수증을 가지고 계산대... 3 로제로 2008.11.21 2285
184 정(情) T 평화/ 선 거의 매일 별꽃을 대할 수 있던 성거산의 밤하늘과는 달리 서울은 그야말로 '별볼일이 없는' 잿빛 하늘! "풍요롭게도 살 줄 알고 가난하게도 살 줄 아... 4 김맛세오 2012.03.06 2292
183 각자가 걸어가는 걸어가는 길.. 걸어가는 길이 모두가 한 방향이더라도, 우리는 걸음걸이도 다르고, 지나치며 보는 것도 다릅니다. 걸어가면서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가치관의 우선 순위도 다르... 1 honorio 2006.02.18 2296
182 인도 체험기 인도로 가는 길.... 2005년 2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만 10개월을 인도에서 살았다. ‘해외 교환체험’이라는 정식 명칭 있지만, 이 말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나... 이 프란치스코 2006.03.07 2298
181 요사팟 할아버지의 부음 소식 T 평화와 선. 요사팟 할아버지가 귀천(歸天)하셨단다. 심히 편찮으다고 하여 찾아 뵌 것이 지난 10월로 기억되는데... 참, 복이 많으신 할아버지! 30일에 돌아가... 3 2008.01.03 2303
» "에구, 불쌍한 무궁화!" 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동 수도원 입구에 애지중지 돌보는 작은 무궁화 한 그루가 있습니다. 커다랗고 튼실한 나무로서 잘 자라주기를 희망하면서 거름... 김맛세오 2013.09.03 2306
179 "새 술은 새 부대에...?" T 평화와 선. 얼마 전 전폭적인 인사이동이 있어 내가 거주하는 공동체의 분위기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질 전망. 나 개인적으로도, 1년간의 을 갖기로 되어 있어 ... 1 김맛세오 2006.02.15 231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