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수원이지만
마음의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의 자은도입니다.
1980년대 한 보름 정도 지냈던 곳인데도 그곳이 제 마음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마음의 고향이란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고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곳이지요.
그때 저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곳을 소개받아서 찾아갔습니다.
천주교 주소록에서 목포 북교동 성당 주임 신부님 전화번호를 찾아
신부님이 자주 가시지 못하는 공소를 소개해달라고 해 간 것입니다.
그때는 저도 30대 초반으로서 바오로와 프란치스코처럼
복음을 선포하고 싶었던 순수한 열정 하나만 가지고 찾아갔던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기의 복음 선포를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도 복음 선포를 위해 파견하면서
일할 줄 아는 사람은 일하라고 하였고 일했는데도
먹을 것을 주지 않을 때 그때 애긍을 청하라고 했지요.
그래서 저는 자은도에 가서 해 뜨면 무작정 들로 나가 일하는 곳이 있으면
신자 비신자 가리지 않고 아무 밭에나 가서 일했는데
그때는 5월이라 마늘 캐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일하고 해지면 돌아와 씻고 간단히 저녁 먹은 뒤
그때야 미사를 드리고 교리하고 얘기를 나누곤 하였지요.
서울에서는 신자들이 매일 미사를 드릴 수 있고,
좋은 강의도 많아서 제가 강의해도 반응이 시큰둥하였지만
그곳은 미사조차도 귀했기에 반응이 뜨거웠고 강의를 하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쏙쏙 빨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짧게 있었고,
그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요즘 제가 제 개인 얘기를 많이 했는데
오늘도 이 얘기를 길게 한 이유는 오늘 복음 얘기 때문이지요.
주님은 성전세를 내고 있었고 또 성전세를 내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자녀들은 면제받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스타테르 한 닢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주님은 당신이 성전의 주인이시니 오히려 성전세를 받아야 할 분이고,
제자들도 주님 성전에서 봉사하는 이들이니 성전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하시면서도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성전세를 내라고 하신 겁니다.
요즘 사회적으로는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하고,
극히 일부 신자들 중에 교무금이나 헌금 안 내기 운동도 벌이는데
이는 교회가 너무 부유하고 돈 얘기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가난하지 않거나 돈이 개입되면
언제건 어디서건 복음 선포는 순수성을 잃게 됩니다.
저만 해도 돈이 오가지 않고 오직 복음만 오간 그때,
그 자은도가 그래서 그리운 것입니다.
복음과 사랑은 대가 없이 전해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는 말씀대로.
사랑해줬으니 돈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해야겠습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