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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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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밭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품 (마태 13,44)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스스로를 규정하려는 교회는 잘못된 교회입니다.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을 단죄하시는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자신들만이 의인이며 거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진지하게 심판하시는 유일한 집단은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하느님 은총 속에 자기들만 포함시키고 남들은 배제하는 인간들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그리스도로 존재하라는 유일한 사명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교로 존재한다는 것은,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는 공동체이지 선한 사람만 모인 공동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죄인들의 공동체가 교회의 진정한 모습이며 쫓겨난 이들을 교회에 받아들일 때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비는 교회의 신비이며 교회의 신비는 신비롭고 우주적이며 거대하고 성스러운 이야기에 우리의 삶을 정렬시킵니다. 우리가 믿는 믿음의 신비로운 차원을 상실할 때 우리는 감싼 대용품으로 이래저래 까다로운 도덕군자가 됩니다. 그래서 자기가 남들보다 영적으로 우월한 자리에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분명하게 인간의 교만과 불의와 위선과 무지, 그리고 권력과 명예와 재물에 관하여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내면의 변화를 위한 것이었지만 많은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윤리와 도덕에 집중하였습니다. 율법과 도덕적 성취로 의롭게 된 이들은 남을 심판하고 화를 냅니다. 그래서 자신의 육신은 수치심과 열등감을 지니고 다녀야 하는 물건처럼 여겼습니다.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고 보속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당했습니다.

 

의인 중독증에 걸린 이들은 하느님 나라가 의인들만 모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율법과 도덕성으로 자신을 의인으로 규정짓고 있기에 잃었던 양의 비유를 들으면 자신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나라와 교회는 죄인들의 공동체로써 현재와 미래의 모습으로 현존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성에 의존하여 살아갑니다. 용서하시는 아버지의 자비와 선하심이 인간의 죄보다 훨씬 더 큽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으로부터 공존의 지혜를 배우는 이들은 실패와 용서를 통해 성장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육체에 근거한 개인적 죄와 사회적 죄를 동등하게 중요시할 때 권위를 되찾을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사회성 앞에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업적과 공로로 하느님에게서 상을 받거나 특별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하느님 앞에서는 어떤 인간도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거처를 무죄한 인간의 상태에서만 찾으려 했기에 하느님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좋은 것과 선한 것, 나쁜 것과 악한 것의 참된 본성과 위장된 본성을 분별할 수 있을 때, 세상 모든 것이 부서지고 헐리고 나약하고 가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느님이 머무시는 거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위장된 선을 위선이라고 부릅니다. 위선자는 자기밖에 모르기에 사람을 존중할 줄 모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성 안에서 배우는 진리는 불완전한 것들을 사랑하는 자유로 선을 창조하는 능력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내어드린 나의 자유를 도구 삼아 불완전한 관계를 회복하도록 도우십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것이 완전해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네가 변화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변화는 나의 내면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나의 변화가 관계의 변화로, 관계의 변화가 사회적 변화로, 사회적 변화가 공존과 번영의 씨앗이 됩니다. 불완전한 것을 사랑하는 능력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부터 배우는 진리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 여행의 완전한 선물은 우리가 가야 할 집에 이미 와 있음을 발견하고 깨닫는 일입니다. 자기의 몸과 자기의 삶으로, 또한 자기의 마음으로 집에 이미 와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어디로 이끄시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최종 목적지로 가야 할 집은 더 이상 지리상의 어느 곳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속해 있는 곳, 모든 것이 담길 수 있는 곳, 모든 것이 선물인 그곳이 집이기 때문이며, 자신의 실패와 과오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는 바로 여기가 집이기 때문입니다. 그 집은 밭에 묻혀있는 보물입니다.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보물을 찾으러 길을 떠난 사람과 보물을 찾다가 발견한 사람, 그리고 이미 보물을 찾은 사람은 삶의 내용이 전혀 다릅니다. 말씀에 굴복하고, 주어진 선물을 누리고, 관계 안에서 발견한 너의 필요에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면서 깊은 만족을 누리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집은 그렇게 관계 안에 있습니다. 관계의 밭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품은 최종적으로 우리가 머물러야 할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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