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습니다.
이것을 본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습니까?"
식사 전에 손을 씻는 것이나
장터에서 돌아온 뒤에 몸을 씻고 음식을 먹는 것은
위생상 필요했습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시작된 것들이
어느 새 전통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규정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필요해서 생긴 습관들이지만
이제는 지키지 않으면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그것에 점점 얽매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의 더 큰 어려움은
그것을 지키는 것과 하느님을 섬기는 것을
연결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것이
잘못을 넘어서서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심판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예수님께 질문하는 것은
단순한 궁금증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식사 전에 손을 씻지 않으면
병에 걸리지 쉽다는 염려가 아니라
그들이 하느님께 죄를 짓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필요 때문에 생긴 습관을
죄와 연결하다보니
하느님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시고
그것을 판단하시는 분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하느님과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고
오히려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하지만 또 멀리하는 것이 죄가 될까 두려워
그렇게 하지도 못합니다.
점점 행동은 부자연스러워지고, 불편해집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자녀라고 부르십니다.
종이 아니라 자녀라는 것은
자유를 누릴 권리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스스로 자녀가 아니라
종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 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나 스스로 세세한 습관들까지도
죄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되고
저렇게 해야만 해'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아니라
종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의 삶은 어떠한지
돌아볼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