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예, 마실 수 있습니다.”
고배苦杯와 축배祝杯
오늘 주님과 제자 사이에 너무도 듣기 민망한 얘기가 오갑니다.
주님은 고배를 각오하시는데
제자는 축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지금 죽으러 예루살렘에 가고 있고
거기서 어떻게 돌아가실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루살렘에 가는 것이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지상 왕국을 세우러 가는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분명하게 말씀하시는데도
제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엉뚱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다 자기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고 하지만
이것은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이 아닙니까?
돌아가신 뒤 제자들 마음을 어땠을까요?
주님의 마음은 이때 어떠하셨을까요?
이는 마치 철부지 자식을 두고 떠나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자식이 좋아하는 자장면을 사줄 때의 모습과 같습니다.
남편을 너무 일찍 잃고 홀로 자식을 키워왔는데
너무 고생을 하여 엄마도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사랑을 표하기 위해
자식이 좋아하는 자장면을 마지막으로 사주며
당신이 죽고 없어도 꿋꿋이 잘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아이는 아직 죽음이 뭔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자장면 먹게 된 것만 좋아라고 합니다.
이때 이런 철부지 자식이 앞으로 혼자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더욱 찢어질 듯 아플 겁니다.
나중에 커서 이것을 알게 된 자식도 한 편으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다른 한 편 엄마의 그 마음을 생각하며 너무 마음 아파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나이를 먹었어도 이렇게 철부지입니다.
철부지는 지금이 어느 철인지 부지不知하는 것,
곧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모르는 겁니다.
지금은 사랑하는 이의 고통에 동참해야 하는 때인데
아직은 사랑하는 이의 사랑만 바라고 있습니다.
사랑은 고배를 각오하지만 애착은 축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철부지 중의 철부지는 사랑을 모르는 것입니다.
사랑에서 단맛만 찾고 쓴맛은 거부하는 겁니다.
얼마나 고통을 더 받아야 수난의 사랑을 이해하고
얼마나 사랑을 더 받아야 사랑의 수난을 받아들일는지.
쓴잔을 준비하시는 겟세마니의 밤은 그래서 깊어만 갑니다.
“예, 마실 수 있습니다.”
고배苦杯와 축배祝杯
오늘 주님과 제자 사이에 너무도 듣기 민망한 얘기가 오갑니다.
주님은 고배를 각오하시는데
제자는 축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지금 죽으러 예루살렘에 가고 있고
거기서 어떻게 돌아가실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루살렘에 가는 것이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지상 왕국을 세우러 가는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분명하게 말씀하시는데도
제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엉뚱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다 자기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고 하지만
이것은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이 아닙니까?
돌아가신 뒤 제자들 마음을 어땠을까요?
주님의 마음은 이때 어떠하셨을까요?
이는 마치 철부지 자식을 두고 떠나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자식이 좋아하는 자장면을 사줄 때의 모습과 같습니다.
남편을 너무 일찍 잃고 홀로 자식을 키워왔는데
너무 고생을 하여 엄마도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사랑을 표하기 위해
자식이 좋아하는 자장면을 마지막으로 사주며
당신이 죽고 없어도 꿋꿋이 잘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아이는 아직 죽음이 뭔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자장면 먹게 된 것만 좋아라고 합니다.
이때 이런 철부지 자식이 앞으로 혼자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더욱 찢어질 듯 아플 겁니다.
나중에 커서 이것을 알게 된 자식도 한 편으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다른 한 편 엄마의 그 마음을 생각하며 너무 마음 아파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나이를 먹었어도 이렇게 철부지입니다.
철부지는 지금이 어느 철인지 부지不知하는 것,
곧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모르는 겁니다.
지금은 사랑하는 이의 고통에 동참해야 하는 때인데
아직은 사랑하는 이의 사랑만 바라고 있습니다.
사랑은 고배를 각오하지만 애착은 축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철부지 중의 철부지는 사랑을 모르는 것입니다.
사랑에서 단맛만 찾고 쓴맛은 거부하는 겁니다.
얼마나 고통을 더 받아야 수난의 사랑을 이해하고
얼마나 사랑을 더 받아야 사랑의 수난을 받아들일는지.
쓴잔을 준비하시는 겟세마니의 밤은 그래서 깊어만 갑니다.
이 아침, 신부님의 말씀 묵상이 봄비가 되어 온 우주를 적시웁니다.
우리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