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형을 떠나보내며 (회상의 편지)
가을이 깊어 가는 날 먼 길을 떠난 매형을 회상하며
매형의 영정 앞에 이 편지를 드립니다.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그리움,
여름날의 불볕더위를 견딘 초록들이 저녁노을처럼 물들어 가고
들판은 이미 잔칫날이 되었습니다.
사과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코스모스들이 다투어 창조주께 제 몫의 찬미를 드리던 날
매형의 선종 소식은 나를 회상의 언덕으로 오르게 하였습니다.
감나무의 낙엽이 질 때 떠오르는 얼굴 하나.
먼 길을 떠난 매형과의 기억,
황금벌판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차창에 스치는 풍경처럼
매형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처럼 추억들을 회상해 봅니다.
첫 만남의 따뜻한 미소,
가난했던 그 시절의 기억,
든든한 버팀목 되어주셨던 그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향에 내려오셔서 우리와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 들이
내 마음속에 석류알처럼 박혀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참으로 힘들었지만,
매형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밥 한 끼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던 그 시간,
비닐하우스로 생계를 꾸리던 겨울 날의 손 시린 회상들이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창조적 고통은 아름다운 생명의 모습이며.
진실은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라는 믿음아래
분발과 좌절의 되풀이가 얼마나 뼈저린 인간사의
살상인가를 잘 알게 된 이즈음
먼저 떠난 매형이 그립습니다.
슬픈 식욕처럼 정신의 공복감
인색한 저울로 사람을 달아 따지는
몰이해의 사나운 돌팔매들이 남긴 상처들 속에서
먼저 다가서는 만남을 보았습니다.
주님!
서로의 신상을 성실한 관심으로 서로 돌보고 가꾸지 않는다면
사람의 정인들 무슨 값어치가 있겠습니까.
우리의 삶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눈빛은 하나같이 절절하여
염원과 소망의 집을 짓고 부수는 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사이,
우리의 머리엔 흰 서리가 짙어갑니다.
헐벗은 영혼의 추운 눈시울을
따스한 불가에 녹이고
이슬에 씻긴 과일처럼 신선한 축복
겸허한 충족에 이르게 하소서
존재의 심연에서 생명이 분출되고
생명이 연소 되어
발아에서 열매를 맺기까지
그 자연의 순환에 나를 맡기고
서서히 미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감정의 부상으로 인하여 기도하게 하시고
고독과 절망과 삶의 낭떠러지와
모든 위급한 처지에서
저희와 동행하신 주님,
먼저 떠난 영혼을 당신의 자비로운 품에 받아주소서
우리의 삶은 자유에 바쳐진 시간이며
삶의 준령은 언제나 능력의 상한선 그 위에 솟아있고
그 높이는 무섭습니다.
존재의 밑바닥까지 아픈 금을 입히는 손길
기도와 헌신, 증여와 부축으로
사람을 길러내는 거기에 생명이 만발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