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표징을 요구한 것 때문에
악한 세대라는 심한 욕을 주님께 듣습니다.
그런데 표징을 요구하는 것이 왜 악하다는 것인지
저는 저의 체험이 있기에 즉시 압니다.
종신서원을 앞두고 한 달 피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의 영적 상태는 이런 상태라면
서원을 도저히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하느님이 계신지,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는지,
이 서원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지 아무 느낌이 없는,
다시 말해서 영적 무미건조 바로 그런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피정을 통해 그것을 확인해야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피정에 임했고,
그래서 한 끼 한 숟가락만 먹는 단식 피정에 돌입했습니다.
한 십여 일 지났을 때 아주 일찍 잠이 깼습니다.
그때 그곳은 조명시설이 열악했기에 불을 켜도 형광등이 바로 들어오지 않고,
제멋대로 그러니까 어떤 때는 즉시, 어떤 때는 십분 있다가 들어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초와 성냥이 늘 머리맡에 있었는데 그날도 불이 바로 들어오지 않아
성냥에 불을 켜려는 순간 악마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성냥 불을 켜는 순간 동시에 형광등 불이 들어오면
그때 저는 하느님께서 계시고 나를 사랑하시고 서원을 원하시는 것으로
알겠으니 그리 알고 표징을 보여달라고 오늘 복음의 사람들처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라고 요구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저는 기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두려움이랄까 압박감에 짓눌리어 몇 시간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머릿속에서는 기적이라는 생각과 그렇지 않고 우연이거나
내가 알지 못하는 과학 현상이라는 생각이 계속 왔다 갔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해가 뜨면서 몸이 풀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그때 마침 숲의 나무들 사이에서 붉은 해가 막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님,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고백이 저도 모르게 흘러나왔습니다.
매일 해가 떠오르는 것이 하늘의 표징이 아니냐?
저 해가 매일 떠오르도록 네가 한 것이 무엇이냐?
저 해가 매일 떠오르도록 너도 누구도 한 것도 없다면 다시 말해서
인간의 아무 수고 없이 저 해가 매일 떠오른다면 그것이 기적이 아니고 뭐냐?
이런 하느님의 꾸짖음 같은 내적 질책이 이어지면서
완고한 마음과 교만 때문에 널려있는 하늘의 표징은 보지 못하고
또 다른 표징을 요구했던 저 자신을 보고 반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솔로몬보다 더 지혜롭고,
요나보다도 더 강력한 하늘의 표징인 주님을 보고도,
다른 표징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진정 마음이 완고하고 교만한 사람들입니다.
매일 청구서 없이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등록금 주는 엄마의 사랑에게서
사랑을 보지 못하고 특별한 사랑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철부지 격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한번 느껴봅시다.
그리고 하늘을 한번 쳐다봅시다.
매일 내려주시는 햇살에서 하느님 사랑을 느껴봅시다.
고집스럽게 땅만 보고 악한 사람들만 보느라 하늘을 보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하늘을 보며 널려있는 하늘의 표징들을 한번 봅시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