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주인과 종의 관계 얘기인데
어제는 주인을 기다리다 맞이하는 종에게 주인이 시중드는 얘기입니다.
주인의 종들을 돌봐야 할 책임을 맡은 집사에 관한 얘기입니다.
오늘은
그러니까 둘 다 종은 종인데
어제의 종은 주인에게 시중받는 행복한 종의 얘기이고
오늘의 종은 주인께 선택받은 책임이 막중한 종의 얘기입니다.
그리고 어제의 주인은 어머니같이 따듯한 주인인 데 반해
오늘의 주인은 아버지같이 책임을 추궁하는 엄한 주인입니다.
어제의 주인은 종에게 직접 밥을 차려주고 시중듭니다.
이때 종이 할 것은 나갔다가 급히 돌아와 밥을 차려줄
엄마를 아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듯 깨어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은 자기를 대신해서 종들의 밥을 차려주라 합니다.
그러므로 이때 이런 책임을 맡은 종이 해야 할 것은
주인이 돌아올 때를 오직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그러한 한가한 것이 아니라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맡겨진 자기 책임을 충실히 다해야 하는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주인이 돌아올 때도 깨어 기다려야 하지만
종들에게 약식을 나눠줘야 할 때도 챙겨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그러므로 주인과 종들 사이에서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인 집사는
주인과 종들에게 이중으로 충실해야 합니다.
주인에게는 인격적 충성스러움이고 종들에게는 일적인 충실함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종의 충실함뿐 아니라 슬기로움에 대해서도 봐야 합니다.
종에게 요구되는 것은 주인에 대한 충성과 맡겨진 일에 대한 충실뿐 아닙니다.
슬기로움도 요구된다는 말입니다.
자기 주제랄까 꼬라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자기 꼬라지를 모르고 꼴값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자기 꼬라지는 집사일 뿐이고 그러니까 여전히 종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마치 주인이나 된 듯 술이나 처먹고 종들을 부리면
그것은 꼴값하는 것이고 자기 꼬라지를 모르는 대단한 어리석음입니다.
그러므로 이때의 슬기로움은 겸손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양식을 제때 종들에게 먹인 너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라고
주인이 칭찬할 때도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종일 뿐입니다.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좋건 싫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종들이고 집사들입니다.
본당에서건 가정에서건 그리고 심지어 직장에서건 우리는 집사들입니다.
본당 신부라고 해서 본당의 왕이 아니고 주님 대신 양들을 먹여야 할 집사이듯
단체장이나 부모나 직장의 책임자들도 주님으로부터 책임이 맡겨진 집사들이고,
충실함과 슬기로움이 모두 요구되는 종들입니다.
이것을 마음에 새기는 오늘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