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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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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혁명가 성 프란치스코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진리는 그것을 보는 사람의 눈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곁에는 과거의 안경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거부당하는 이들이 제 길을 찾아가고, 꼭대기가 아니라 바닥에 있는 자들에 의해, 무엇을 이루고 성취하는 능력의 노예로 만드는 세상의 변두리에서,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보다 더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도와 관상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생산성이 없는 이들, 곧 아이들과 노인들,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과,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지고 살아가는 이들, 목마름과 배고픔을 겪는 이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으려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들과 배우지 못한 이들, 미디어와 가깝지 않은 이들이 하느님께 의존하여 훨씬 하느님과 가깝게 살아가는 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를 착취하는 자국 우선주의 신봉자들에 의해 전쟁과 폭력으로 죽이고 빼앗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동물의 왕국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저지르는 무수한 살육의 현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의지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만심이 공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영역에서부터 단체와 공동체, 국가들 사이에서 관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악에 굴복하지 않고 말씀에 굴복하는 이들과 더불어 허물어진 관계를 회복하게 하십니다. 인류 역사가 말해주듯이 인간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 가장자리와 변두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 힘없는 이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모든 조건을 풍족하게 채워주셨지만 카인과 아벨의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하느님을 저버리고 살아가는 인간의 실상을 보아왔습니다. 과도한 인간의 탐욕은 어느 시대에도 있어 왔으며 지금도 여전합니다.

 

평화와 공존은 개인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산상설교에서 하느님 나라의 행복에 대한 말씀을 읽으면서 어떻게 비폭력과 단순하고 간소한 삶을 가르치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예수께서는 용서와 원수 사랑을 가르치셨지만, 우리는 그것을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세상을 바꿔 놓아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의 변화와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장차 올 내세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습니다. 평화를 일구는 도구로써 살아가기보다 편한 쪽을 택했습니다. 우선의 이익과 즐거움, 그리고 편안함을 먼저 찾았습니다. 보편적 구원보다 개인의 구원에 더 많은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야 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위대한 평화 혁명은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부유했지만 가난하고 겸손하신 예수그리스도를 따르면서 가난을 선택하였고 겸손하게 살았습니다. 하느님의 가난하심과 겸손하심이 그의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하느님의 동등성을 포기하고 인간의 동등성을 취하신 한없이 자신을 낮추신 예수님의 육화와 수난의 사랑이 그의 삶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는 그의 삶을 배워야 합니다. 역사적 편견이나 한계를 극복하고 바닥으로부터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를 망치는 배타적인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성이 관계 안에 설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나만 찾는 교회에서 누구도 제외하거나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보편적 교회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이라는 보편교회가 원수 사랑과 비폭력에 대한 예수님의 분명한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들을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하느님의 손에 들려있는 도구적 존재로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공존의 지혜를 배우면서 다시 태어나는 성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님처럼 누군가를 품에 안으려는 몸짓으로 과감히 허용하고 과감히 내려놓는 마음으로 대림절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시기까지 한없이 자신을 낮추시는 하느님의 가난하심과 겸손하심이 우리의 관계를 비추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41124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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