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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20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세례자 요한이 두 번이나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고 말하는 부분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그런데 알지 못하였다는 말은 알고 난 뒤에 하는 얘기이고,

제대로 알고 난 뒤에나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알기 전에는 오히려 안다고 생각하고,

알지 못하면서도 알지 못하였다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교만한 사람의 앎이란 것이 보통 이렇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알라고 했는데

알지 못하는 자신을 알지 못해 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세례자 요한처럼 알지 못하였다고,

자기의 모름을 겸손하게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하며,

마찬가지 이유로 알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교만을 부끄러워해야겠지요.

 

왜냐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더 배우려고 할 것이고,

알지 못함을 겸손히 인정할 때 우리는 알려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세례자 요한은 우리의 모범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너희 가운데 너희가 모르는 분이 계신다고 했는데

오늘 복음에서 너희만 모르는 것이 아니고 나도 몰랐었다고 하며

하느님께서 알려 주셔서 알게 되었다고 겸손하게 인정하지 않습니까?

 

주님을 뵙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의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눈은 보이는 것밖에 볼 수 없기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은

하느님께서 스스로 보여주시지 않으며 볼 수 없는 법인데

감사하게도 볼 수 있는 분으로 오셔서 뵙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볼 수 있는 분으로 오셨어도 그분을 알아 뵙지 못했음은

사도들의 경우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주님을 가까이서 뵙고 그 많은 기적을 봤음에도 예수님을

사람이 되신 하느님 그리스도로 알아보는 데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므로 눈이 있어도 보여주시지 않으면 볼 수 없고,

보여주셔도 볼 수 있는 눈이 없으면 볼 수 없는 거지요.

그렇다면 어떤 눈이 볼 수 있는 눈입니까?

 

앞서 봤듯이 겸손의 눈은 보기 위해 기본입니다.

그러나 겸손도 영적인 겸손이어야 합니다.

그저 교만하지 않은 것만으로 안 된다는 뜻입니다.

 

자신을 비롯하여 있는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것이 겸손이지만

하느님을 비롯하여 영적인 것들은 영이 아니면 볼 수 없고

그러므로 성령을 영접한 겸손이어야만 하느님을 볼 수 있고

성령이 머무시는 예수를 볼 수 있음을 오늘 복음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 요한처럼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알아뵐  있을까요?

 

제 생각에 그것은 자기 소유의 것들이 다 없어지고 ,

자기 능력이라고 하던 것들도 다 무용지물이 되고, 마침내 

철저히 자기마저 무화되어 자신이 성령의 궁전이 되기에

합당한 겸손이 되었을 때 성령도 임하시고 주님도 알아뵙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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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성체순례자) 2025.01.03 07:10:41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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