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3.10.07 12:18

참으로 감사합니다.

조회 수 556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평화와 선! (Pax et Bonum)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 늦은 밤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쭉 살펴보며 마음에 스며드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느끼며 감사드립니다.

석요셉 형제, 고바오로 형제, 이요셉 형제, 고르넬리오 형제, 프란치스코 형제들 ...

생각나는 형제부터 일일이 부르며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묵주 기도 한 번씩이라도 모든 형제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작은 형제회 형제들을 기억하며 감사의 글을 적으려는데 콧등이 찡해지며 눈물이 나와 컴퓨터 자판에 떨어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가난을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 인간의 의지로는 불가능하고 오직 하느님의 은총으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저를 압도합니다.

가난은 저를 하느님만 바라며 하느님께만 전적으로 매달려 살게 합니다. 하느님께 매달리며 사는 것이 내 의지적 선택의 삶이 아니라 그렇게 살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으로 나를 내몰기 때문입니다.

내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절망하고 경제문제로 결혼 생활이 망가지고 때때로 온 가족이 자살을 선택하는 현실이 손이 잡힐 듯 가까운 삶의 현실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절박함도 느끼곤 했습니다.

저에게는 다행히도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께 울며 매달리는 성당이 있고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이며 행복인지 모릅니다.

 

새벽마다 미사에 참석하러 성당에 가는 일은 내게는 구원의 체험입니다. 그 시간이 없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쳐가는 횟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제의 힘든 일과 때문에, 5시에 힘든 몸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저에게는 구원의 길을 향해 가는 깨어남의 시간이지요.

 

제가 형제회 홈페이지에 갑자기 무례하기 짝이 없는, 도움을 청하는 외람된 편지를 쓰게 된 것도 미사에서 하느님께 눈물로 기도하다가 용기를 냈던 것입니다. 아마 죽기를 각오하지 않았다면 그리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제게 베푸신 은혜로 그저 감사함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지요.

작은 형제회 형제의 사랑과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말뿐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형제들을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하느님께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형제회를 나온 그 시각부터 가난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먹고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았지요. 결혼도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에게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도 교회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주변에서 일을 했지요. 하지만 현실을 차가웠습니다. 추웠습니다. 임금은 박했고 근무 연수가 늘어도 급여는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없이 살면 된다고 자위하며 살았지요. 사회 생활하는 데는 저는 철저히 낙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년 봄에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저의 가난을 절감하며 울던 때였습니다. 가난했기에 아파하는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 앞길 헤쳐가기도 힘든 사항인데 아버지를 돌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지요. 아버지의 관속에 제가 눈물과 때가 묻은 묵주를 넣어드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라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스렸지요.

혈육의 형제들도 경제 문제 앞에서는 몸이 위축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힘든 삶을 살기에...

 

사람들이 돈 앞에서는 잔인해집니다. 누군가 경찰과 함께 집의 열쇠를 열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법원의 집달리가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아무거나 붉은 딱지를 붙이고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돈을 달라는 소리에 나는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돈 때문입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고 가족들이 살아야 하니까요.

사실 누구 탓도 할 수 없습니다. 다 제가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 무엇 하겠습니다. 제 죗값을 치르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하느님이 계시고 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혈육보다 저를 생각하고 사랑해주는 작은 형제회 형제들이 있는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런 어려움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는 생활력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다만 돈 때문에 인간성을 팔거나 잔인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더욱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하고 미사에 참석해야겠지요.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형제들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정순용 라자로 형제 드림

(chlazaro@nate.com)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6 바오로 형제 보시오. 본인도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고, 남을 충분히 존중하는 사람이오나.. 해방신학도 단죄하시고 사제들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현 교황 성하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6 요한 2009.06.05 5563
» 참으로 감사합니다. 평화와 선! (Pax et Bonum)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 늦은 밤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쭉 살펴보며 마음에 스며드... Chlazaro 2013.10.07 5563
384 모성 모성 가슴 속에서 명주실처럼 허약한 사념의 실오리를 뽑아내어 서투른 글을 쓴다.  삶의 애환 사랑과 진실의 아픔 무언가를 잉태하고 싶고 품어 키우고 싶은 충... 이마르첼리노M 2013.05.26 5569
383 2007년도 가을 영성학교 개강 + 찬미예수님 서울대교구 지속적인 성체조배회에서 2007년도 가을 영성학교를 개최합니다. 풍성한 가을. 주님의 말씀 성찬에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성체조배회 2007.09.29 5577
382 우정과 배움의 공동체, 평화나눔아카데미 11기에 초대합니다. 11기 평화나눔 아카데미 강좌소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 나눔문화 포럼실 ※ 위 일정은 강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 www.nanum.com에서 자세한 강... 나눔문화 2008.09.18 5579
381 한우리 창립 1주년 기념 동영상 + 평화와 선 마지막 대림주간 잘지내시길.. 방금 한우리에도 올렸는데, 여기에도 올립니다. 아쉬운 것은 자료가 너무 부족해서..많이 부족합니다. 한우리에 많은 ... 정마리아 2006.12.18 5593
380 사랑의 신비 사랑의 신비 나의 무게는 나의 사랑 무게가 늘수록 견디는 힘도 늘어나는 신비 고통과 더불어 찾아오는 허탈한 무기력 공감의 강물이 말라버리고 어디에도 마음... 이마르첼리노 2011.10.28 5600
379 중국에서 막 돌아온 이남주 교수의 따끈따끈한 이야기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약 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정치학과 석사 중국 베이징대 정치학 박사 참여연대 집행위원 세교연구소 소장 저서... 평화나눔 2008.09.30 5600
378 만장일치"는 무효"이다 ..... {FILE:1} 우리가 남이가 ? 각종 술자리나 회합에서 흔히들 하는말입니다 서로의 일치와 단결을 위해 한번쯤 &#52850;어 봐야할 남&quot;이 아닌 우리&quot;라는 말마디 ..특... file 김분도 2006.02.14 5602
377 수련 착복 축하드립니다 ^^ + 평화와 선 너무나 반가운 형제님이 보여 글을 올립니다. 지난 13일 일이 있어 수도원에 갔었는데, 새로 오신 형제님께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고, 도와 주셨는... 정마리아 2006.09.18 5631
376 고통은 곧 사랑이며 희망이다. + 평화와 선 어느덧 사순시기도 다 지나는 것 같네요.. 형제 자매님들께서는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 저 역시 반성하면서, 아주 작은 고통을 경험했는데 써볼까... 1 정마리아 2006.03.28 5642
375 개신교에서 성시화 명목으로 개종 개신교에서 성시화라는 명목하에 이단 전문가라는(사회적인 범법 기록이 있는 전과자임) 자를 내세워 제천을 성시화 한다며 개종을 정당화시키고 있어서 사회적인... 김민석 2009.09.22 5643
374 김 찬선(레오나르도) 신부님 인터뷰 + 평화와 선 대구사이버대학교 웹진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아래 사이트 클릭 http://www.dcu.ac.kr/webzine/11th/menu05.html 정마리아 2007.03.08 5665
373 대화일치 영성센터 최근 주요 동영상-작은형제회 돗자리 세계 총회등 http://www.istancoreofm.org/2009 이집트 다미에타(슐탄과 프란치스코의 만남) http://istancoreofm.org/bbs/board.php?bo_table=centermovie&wr_id=25 2009 터... 대화일치 2009.04.20 5669
372 아직 가슴이 살아있는 그대를 위해..박노해 사진전 그대, ‘박노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가? ‘노동의 새벽’을 노래 했던 시인이자 노동자이자 혁명가 ‘박노해’ 이제, 지구시대 가장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곁에... 낡은 흑백 카메라 2009.12.28 5673
Board Pagination ‹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101 Next ›
/ 10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