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어제 제가 아는 가족과 함께 삼우제 미사를 드렸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머니를 떠나보낸 가족입니다.
그런데 가족들 모두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이 아니고
연미사가 아니라 생미사를 봉헌하듯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준비된 죽음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었을까요?
그런데 얘기를 나눠보니 단지 그것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정말 죽음을 잘 맞이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일생을 정말 잘 사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어떤 분이었는지 남편 분에게 물으니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며 일생 옳게 산 분이셨다고 합니다.
자식들에게 어머니가 어떤 분이셨는지 물으니
어머니는 행복하게 사신 분이셨다고 합니다.
뇌종양을 몇 달 앓다가 돌아가셨는데
그 통증 가운데서도 나는 행복하다고 하셨답니다.
"I am so happy!"라고 영어로도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살게 한 것이 바로 신앙이었습니다.
일생 행복했을 뿐 아니라 죽어가면서도 행복한 것은
이 세상이 행복하게 해준 것이 아니라는 표시지요.
진정 그분은 하느님 안에서 행복했고,
이제 하느님 안에서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니 남편도 자식도 슬플 수 없었을 것이고,
슬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평상심 안에서 오히려 기뻤던 것입니다.
특히 남편 되시는 형제님이 자녀들보다 더 그러하신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자기의 아내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 돌려드리지 않았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저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지나서
어머니를 저의 어머니에서 해방시켜드렸습니다.
아니, 제가 어머니를 저의 어머니로 묶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어머니이신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기도하지 않고,
종종 ‘하늘에 계신 우리 어머니’하고 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는 거지요.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어머니가 아니십니다.
제게는 여전히 나의 어머니시지만
어머니는 이제 하느님의 자녀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은
그저 하늘로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저와의 인연을 끝내시고 하느님께로 돌아가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