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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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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어제는 멀리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두 분 다 오래 인생길을 달려온 분들이고 죽음이 가까운 분들입니다.

 

가고 올 때 가끔 흥얼거리는 유행가가 제 입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봄날은 간다.>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두 분 다 건강하실 때, 아니, 젊었을 때 그 크셨던 풍채가

이제는 쪼그라들어 어린 아이만하고 오그라들어 복중의 태아 같았습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그 작은 성체조각을 물과 함께 영해 드렸는데도

혀가 말려 입안으로 삼키지 못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분들도 연분홍 치마를 입던 꽃다운 열아홉 처녀 시절이 있었고,

천하를 호령하던 청년 시절이 틀림없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무엇을 먹어도 다 씹을 수 있었고

무엇을 먹어도 다 소화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다 허물어져버렸습니다.

그 건장하던 분이 몸 하나 뒤척일 수 없어 욕창들이 생기고,

그 작은 성체조각 하나 삼키기가 그렇게 힘드신 것입니다.

 

저도 올해까지 마라톤을 뛸 만큼 겉모습은 건강하지만

서서히 속으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눈은 진작 어두워졌고 이빨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허물어지는 작은 증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납니다.

그러니 저도 얼마 안가서 두 분처럼 되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어제 오가며 부른 <봄날은 간다.>는

진정 허물어져가는 것에 대한 슬픔의 노래일까요?

 

일말의 슬픔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슬픔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성전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자기들이 세운 것이 대단하다고,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그 대단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다 허물어질 거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허물어질 거라는 주님의 말씀이 저주이거나 악담만은 아닙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허물어져야 새로운 교회가 태어났지 않겠습니까?

 

“이 성전을 허물어라.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고 하신 주님께서는

진정 당신의 몸도 허무셨고 당신 성전 위에 새 교회를 세우셨잖아요?

 

그러니 허물어져야 합니다.

아니, 허물어지기 전에 내가 허물어야 합니다.

특히 자기가 이루고 자기가 찬탄하는 게 있다면 빨리 허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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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태양과아침 2013.11.26 11:04:59
    +평화를 빕니다.
    신부님^^ 영명축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공동번역 성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가 나에게 물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요한 16.23-

    지난 주 약 30년 만에 모인 시골 친구들 반창회에 다녀왔습니다.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한 친구들도 여럿 있었고,
    어떤 친구는 아버지께서 대신 참석한 줄 알았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하늘로 먼저 간 친구들도 여러 명 있었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가 나에게 물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요한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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