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9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이렇듯 함박눈이 쏟아지면

무엇보다 꼬물꼬물 기뻐서 뛰는 강아지가 떠집니다.

왜 하필이면 항상 추운 엄동설한에 쪼맨한 강아지를 키워야했는지...

고 조그마한 다리와 발로 눈 속을 강종강종 뛰는 모습이 여간 안스러운 게 아니었거던요.

추울새라 뭘로든 포옥 싸주면 이내 하이얀 백설애애 눈마당이 좋아

딩굴고 또 딩굴던 그 앙증스러움...!

 

어느 해였던가, 제가 초교 1학년 전후였을 겝니다.

미국 신문사에 다니시는 막내 삼촌 덕분으로 노량진 어디엔가 파티석상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엄청 내린 날이었으니, 아마도 크리스마스 이브 축하 파티장이었을 테지요.

군인들이며 민간인 미국분들이 꽉 들어찼고 초대받은 몇 아이들에겐 고자와 사탕이며 성탄 선물이 하나씩 주어졌습니다.

삼촌이 늘 귀여해 주시던 고종 사촌 누나도 그곳에 참석- 예쁘게 생긴 누나는 그날 춤추는 인형을 선물로 받아

어쩌다 필동에 있는 고모 집에 놀러가면, 그 춤추는 인형이 참으로 예쁘고 신기해 보였습니다.

그 파티에서, 저는 키가 한 30Cm 정도되는 원숭이(거의 실물에 가까운) 인형을 선물로 받아

오랜 세월 저의 친구처럼 아끼었고요.

 

그날 저녁 파티가 끝나 원숭이 인형을 품에 끼고 그곳을 나서니 밖엔 온통 함박눈이 숨벙숨벙 쌓여

발을 내디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는 기억에 없고 온통 새하얗게 눈으로 덮힌 동작동 저희 동네와 산 만이

가물가물 제 추억 속에 보이던 경탄과 경이로움의 화잍 크리스마스(White X-mas)!!!

 

또 연례 겨울 행사로 함박눈이 잔뜩 쌓인 한강이 보임니다.

어릴 적 겨울이면 으례히 수십 센티의 두깨로 얼어버리던 한강!

얼마나 매서운 추위면 어김없이 꽝꽝 두텁게 얼어버려 두어달은 한강대교 근처에 진풍경이 생기 곤 했지요.

다름아닌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스케이트장이 2-3개씩 생기는 겁니다.

 

형은 선천적으로 아버지를 닮아선지 무슨 운동이든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어서

가끔 한강 스케이트장으로 나가 피겨 스케이팅을 즐겼습니다.

(무엇이든 귀한 시절에 그 피겨 스케이트가 어디서 생겼는지...?)

하루는 형을 졸라서 따라갔더랬지요.

그런데 신나게 타는 형의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으려니,

어찌나 발이 시려운지 동동구르다 못해 참을 수가 없어, "언니, 얼릉 집에 가자!" 졸라대기 사작했습니다.

(어릴 땐 "형"이라 하지않고 "언니"라 불렀으니,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쳤던 거지요)

조금만, 조금만 더...하며 신명이 난 형은 보채는 동생이 무척 귀찮았을 겁니다.

"저건 괜히 따라와서 자꾸만..."

저는 그만 끊어질 듯 시려운 발 때문에 그만 와-앙!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저래 형은 제가 따라다니는 것이 못마땅했고,

저는 언제든 기어이 형을 뛰쫓을려 한...그렇게 형에게는 제가 무척 성가신 존재였을 겁니다.

 

아마 그래서도 저는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 비가 오면 가랑비나 소나기 내리는 소리에 사뭇 귀기울였고

눈내리고 쌓이는 감수성에 온통 예사롭지않은 자연과 벗하는 시간이 많았던 겁니다.

특히 여린 나뭇가지에 쌓이는 눈을 보면 피었는 눈꽃송이에 환희에 들뜨면서도

넘 무거울까 안스러워 애가 타던 어린 마음!

온통 새하야 눈 세상에 벅차오르던 작은 가슴은,

어쩌면 어린 강아지처럼 좋아 기뻐 뛰면서도 처마 밑 짹짹거리는 참새들이

강추위에 어쩌나 눈물이 날 정도로 시려웠던 마음!

그렇게 연약한 자연을 통한 연민과 자비의 마음이 어린 가슴에 채워졌던 것은

일찍부터 내려주신 하느님 은총이요 관상이 아니었을런지요?

 

함박눈의 추억은 그렇듯 내 인생의 지울 수 없는 경이로움!!!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8 어쩜 이런 인연도 있네! T 평화가 강물처럼... 6월도 되기 전에 선뜻 다가온 성하(盛夏)의 계절이런가! 짙푸르러진 성거산 골짜기 마다 이름모를 풀과 나무들이 번갈아 꽃을 피우고 너무... 1 2007.05.28 2033
217 얼마나 먹거리가 없으면...!? T 온누리에 평화를... 꽃샘 추위 치고는 너무 한 요즘의 날씨. 어제는 진종일 강풍에 눈발이 흩날려 절로 움추러드는 그런 날이었다. 그래선지 여기 성거산의 짐... 2 2007.03.12 2028
216 얼마나 아팠을까...!!! T 평화를 빌며. 며칠 전, 위 큰 집에서 혼자 피정을 하던 성소자 형제가 놀랜 목소리와 함께 내 방을 두드렸다. 아니 밤 10시가 넘은 이 시각에 웬일...? 자초지... 2006.11.16 2039
215 얼마나 힘들까...! T 평화와 선. 워싱톤의 "안티모' 형제를 만났다. 우선 언어 연수에 임하고 있는 형제에게서 느낀 역역한 힘든 모습! 익숙치 않은 외국과 언어에 적응하느라 얼마... 2 2006.07.26 2069
214 얼마만인 별들과 달인가! T 평화와 선 지난 6월부터 긴 장마와 태풍으로 근 두 달간의 끊임없는 비,비,비,...! (덕분에 이곳 중정의 계곡은 마를 날이 없어 멋진 폭포와 시원한 물소리를 ... 김맛세오 2011.08.23 2440
213 엄마가 넘 보고프다! T 평화/선 정동에서 지낼 때였다. 십수년을 '메니엘'이란 병으로 시도때도 없이 무척 어지러웠던 힘든 세월이기도 했었다. 그날도 일이 다 끝난 저녁에, 건강하시... 4 2009.08.24 2075
212 엄마와 할머니 사이 평화와 선 아주 어렸을 적, 배겟머리에서 잔뜩 심통이 나 잠자리에 선뜻 들지않고 앉아있는 자화상이 그려진다.  "인석아, 얼릉 자야지•••!?" 누워계신 할머니의 ... 김맛세오 2019.06.21 1337
211 엄마와 할머니의 듬뿍 사랑 T 평화   일찍 자야할 저녁 밤 시간에 무엇때문이인지 가끔 잔뜩 심통을 부리며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이블 속에 들어가지도 않는 저의 어릴 적 자화상이 ... 김맛세오 2014.01.13 3011
210 엄마의 달 T 평화/ 선 어젯 밤 한밤중 단잠을 자다가, 성거산 등걸 휘영청 걸려있는 보름 달 빛에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으니... 인류가 존재해 온 이후 얼마나 ... 2 김맛세오 2011.05.18 2497
209 엄마의 달, 5월이면... T 평화와 선     화창한 5월이면 뇌리에 떠지는 것들이 많다.  특히 엄마와 관련된... 1년 열 두달에 어쩌면 이렇듯 따뜻하고 폭은하며 화창한 5월을 하느님께... 김맛세오 2015.05.01 139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