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1.08 14:40

해거름녘

조회 수 23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해거름'하면 으례히 제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2가지 장관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그 하나는 오래 전 인도에서의 짧은 여정(아마도 1983년?)중에 만났던 석양이니,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모든 사람이나 동물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귀거(歸居)의 장엄한 모습입니다.

하루 종일 벌겋게 달아 있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면서 인도를 온통 붉은 대지로 물들게 하는-

실로 그 모습은 열대 속에서 만이 느낄 수 있는 엄숙함이요 절로 "오-ㅁ"이란 탄성을 발하게 하는

장대한 영겁(永劫)의 행렬만 같았으니까요.

하늘 아래 똑같은 태양이건만,

인도에서의 '해거름'은 성거산에서 6년 동안 지내면서 매일 대했던 그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래선지 인도하면 종교의 심성을 아니 지닐 수 없는 그런 나라라고 하나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예루살렘에서 한참 남쪽으로 내려가 만난 '네겝' 사막에서의 '해거름'입니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광야(廣野)라고 해야 더 적절한 표현일 듯 싶습니다만,

모래 땅이 아닌 생물이 전혀 살 수 없는 산과 협곡으로 이루어진 곳이니까요.

그곳에서도 역시 '해거름'을 만난 시간에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던 신비로움이 저를 압도하는 거였습니다.

왜 옛 은수자들이 하느님 체험을 하기 위해 그런 광야를 찾아 들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세례자 요한이 메뚜기와 꿀만 먹으면서 지냈던 곳이 바로 그런 광야였을 겁니다.

 

위의 두 가지 '해거름'에 대한 특이했던 경험은

벌건 황토빛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통해

태양이 그렇듯 하느님과 대면케 하는 신비함을 일깨워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떠오르는 아침해를 좋아하는 사람은 밝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로 비록 힘든 경우일지라도 자신의

매일을 밝고 행복하게 이끌어 갈 겁니다.

그런가 하면 저녁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은연중에 고독함이 깃들어 조용히, 그리고 매사에 천천히

자신 만의 길을 걸어가는 구도의 심성이 강한 사람일 테지요.

 

끝으로 어릴적 엄마를 만날 수 있던 '해거름'의 장면을 빼어놓을 수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드는 마을길은 언제 보아도 푸근하고 정겨웠으니,

거기에 늘 퇴근길 '해거름녘'이면 나타나시는 엄마의 모습!

어쩌면 제 생애의 한복판으로 찾아오는 은총이련듯

저녁이면 깃드는 강야(江野)의 해거름과 함께

엄마는 바로 예시된 성모님의 따뜻한 품이었으니까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8 참을 수 없는 아픔이여, 고통이여! T평화/ 선 그러니까 정확히 1996년도, 을 기해 예루살렘의 성서 코스를 밟던 해, 성주간 바로 전 주였다.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예수님의 수난 체험을 톡톡히 ... 2 2010.03.14 2324
337 정(情)...? T 평화가 시냇물처럼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보면 곧잘 "정(情)이 많은 편이거든요."라는 표현을 곧잘 쓰곤 한다. 정(情)이란 무슨 뜻일까? 마음 심에 푸를 청을 짝... 1 2010.03.22 2046
336 나목(裸木) T 자연과 함께 평화를... 방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는 창밖을 보노라면, 거기엔 늘상 담장 밖 연못가에 느티나무가 보인다. 지난 가을 잎들을 훌훌 벗어 버렸기에 ... 1 2010.03.22 1993
335 줄무덤 성지로 가는 길- 십자가의 길 T 평화가 자연의 벗들과 함께 1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줄무덤 성지엔 미사가 없어, 성지에 가는 길이 나에겐 동면을 지낸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성모상 뒷쪽, ... 2010.03.25 2050
334 엠마오 길에서 만난 할머니 T 평화가 시냇물처럼... 지난 부활대축일 미사를 마치고 공동체 행사로 제법 먼 진주로 엠마오 길을 다녀 왔다. 세 형제들은 본당 형제와 함께 오랫만의 해후를 ... 2010.04.18 2078
333 성거산의 봄 꽃 잔치 T 평화가 시냇물처럼. 바야흐로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만개한 진달래와 개나리 앞에 서면 꽃샘 추위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구나 하는 반가움에 ... 2010.04.21 2085
332 새들과의 교감 T 온누리의 평화 이곳 성거산은 새들의 천국이다. 특히 봄철인 이맘때면, 그 춥고 긴 겨울을 어디서 지내다 오는건지 새들의 짝을 찾는 지저귐과 숲 속 여기저기... 2010.05.08 2014
331 곤즐박이 새 부부 T 샘물같은 평화 한 차례 새하얀 산벚꽃이 지나간 봄의 자리에 연초록 봄의 이야기도, 어느덧 짙푸러져만 가는 성거산의 모습! 쥐방구리 드나들 듯 유리 문을 여... 1 2010.05.19 2533
330 "나, 가요!" T 온누리에 평화가... 얼마 전 산청에서 일주일 연피정이 있었다. 오랫만에 흐르는 경호강을 대하니 그렇듯 흐르는 시퍼런 물만큼이나 세월의 깊고 긴 이야기들이... 2010.06.08 2268
329 외로움과 고독...!? T 평화와 선 눈을 뜬 새벽 5시, 라디오서 흘러나오는 선율과 가사가 솔깃 귀를 간드린다: "그댄 외롭고 쓸쓸한 여인, 끊임없이 방랑을 하는... 밤에는 별 따라 낮... 1 2010.06.29 218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