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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연중시기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의 말씀은 공생활의 첫 번째 발설, 언표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발설의 첫 마디가 바로 “때가 차서”입니다.

 

그런데 때가 찼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이 말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때가 마침내 왔다는 뜻으로 제게 다가옵니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이해하면 예수님께서 어른이 되고서도

섣불리 나서지 않고 당신 때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셨는데

이제 마침내 나서야 할 그 때가 왔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인간적인 지혜나 신중함이나 인내의 산물일까요?

사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가 나서야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잘 알고,

성공적인 정치가들을 보면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때를 압니다.

 

싹이 너무 일찍 돋으면 엄동설한에 얼어 죽고

싹이 너무 늦게 나오면 시기를 놓쳐 열매를 맺지 못하듯

어떤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등장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른 싹이나 실패한 개혁가처럼 성공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도 사람들이 당신의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곧 복음 선포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때를 기다렸다가 등장하신 것이고,

“때가 찼다”는 말도 오래 기다린 당신 성공의 때가 마침내 왔다는 뜻이며,

세례자 요한이 붙잡혔을 때를 기다렸다가 등장하신 것도 그때문이었을까요?

 

이런 말이 있지요.

모든 것은 다 운때가 있고

성공을 하려면 운때가 맞아야 한다는 말말입니다.

 

그런데 운때란 운과 때가 합쳐진 말로서

운이란 우리 삶에 있어서 무엇이 초월적으로 미리 정해진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행운도 있고 불운도 있기에

인간이 성공을 하려면 행운의 때가 올 때가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고,

사람들이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하는 것마다 행운이 따르고,

어떤 사람은 하는 것마다 불운이 따른다고 하기도 하는데

실은 운이 그를 따른다기보다 행운의 때를 그가 기다리지 못한 것일 겁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이 운이란 것을

하느님의 뜻, 섭리, 계획으로 바꾸면 완전히 신앙적인 것이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하느님의 뜻과 섭리를 잘 알아야 하고,

그 뜻과 섭리 안에는 때도 있는데 그 때까지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때가 찼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드디어 Coming out, 나타나실 때가 됐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예수께서 공적으로 나타나시어 활동을 시작하실 때로

성부께서 뜻하시고 섭리하신 때가 이제 되었다는 말일 것입니다.

 

예수님께는 당신의 때와 아버지의 때가 언제나 같습니다.

아버지의 때에 예수께서 언제나 맞추시기 때문인데,

아버지의 때가 올 때까지 예수님이 기다리시고,

아버지의 때가 오면 바로 실행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뒤집어 얘기하면

아버지의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얼른 나서겠다는 촐싹이지 않고,

아버지의 때가 되었는데도 싫다고 미적거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버지의 때가 차서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셨고,

때가 차서 하느님 나라가 왔다는 복음 선포를 이제 시작하십니다.

그런데 이때가 바로 우리에게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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