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1.20 15:04

하느님의 촌지(寸志)

조회 수 19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원래 ‘촌지(寸志)’라 함은,「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주는 작은 선물(돈)」의 뜻이 담겨있는 좋은 말이지만,

오늘에 와서는 뇌물의 성격에 가까운 부정적인 의미로 희석되어 쓰여지는 감이 없지 않지요.

 

그런데도 느닷없이 저의 뇌리에 '촌지'라는 단어가 떠올라,

‘기부(寄附:Donation)’의 뜻에 더 가까운...

이에 관련된 제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촌지 이야기를 해 봅니다.

 

* * *

 

예전(1984∼85년도) 산청 성심원 나환우 마을에서 잠깐 지낼 때였습니다.

어느 방문 교우의 표현에 의하면, "바람이 좀 심하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수사님!"-

한마디로 자그마하니 호리호리 여리여리하게 보인 젊음 수도자에게라 그런 말을 건넸던 거지요.

그 마을의 환우들 중에 머리가 하얗고 눈이 항상 토깽이처럼 빨간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어쩌다 저를 만나시면 안스러우신 표정으로 "잘 잡수셔야 하는 데...!!! 맛난 거라도 사드셔요." 하시며,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뭘 꺼내어 주셨으니 다름아닌 1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이었습니다.

 

또 아일랜드에서(1986년) ‘아스칼(Oscal)’ 신부님과 함께 시골 여행을 했을 때였습니다.

신부님이 계셨던 본당 마을을 들러 어느 구멍가계엘 들렀답니다.

마침 그 고장의 성지가 담긴 카드가 보여 몇 장을 골라 사려고 했더니,

카드 값을 받으시기는커녕 구멍가계 주인 할머니는 오히려 주머니에 용돈이라시며 궂이 찔러주시는 겁니다.

 

하루는 한 카푸친 형제가 아는 집에 장례가 생겨 장시간 둘이 수도원을 나섰지요.

도중에 그 형제가 잘 아는 은인 집엘 인사차 들렀습니다.

엄마와 함께 올망졸망 어린애들이 줄줄이 있어 그 모습이 꽤나 가난한 집이었건만

제게 여비에 보태라고 하시면서 적지않은 여행비를 주시는 거겠죠.

엄마와 애들의 이름은 전혀 모르지만- 하느님 치부책에 적혀있을 테니- 늘 그들의 초라한 모습과 함께

감사지정을 기도중에 잊을 수가 없는 거지요.

얼마 후 점심 때가 되어 음식점엘 들어갔습니다.

저에 대한 손님 예우로 그래도 괜찮은 메뉴로 식사를 한 후 값을 치루려고 하니까

어느 낱선 손님이 이미 계산하고 나가셨다 하니, 참으로 황당하고 고마울 데가...!

 

방학시기에 스코트랜드의 한 본당이 딸린 수도원에 한동안 거주한 적도 있었습니다.

주일 미사가 끝나 신자들이 나오면서, 게중에 어느분이 저를 찾는 겁니다.

그러면서 봉투 하나를 쥐어주겠지요. 순간 저는 언짢은 마음이 들어- "내가 뭐 거지인가?" 하는- 머뭇거리자니,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요. 기도해 달라는 예물이니까요."하며 미소를 지으시는 겁니다.

나중에 의문이 풀렸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렇듯 봉헌하는 의미로 선교지역 나라 수도자에게

도네이션(봉헌) 예물을 그런 식으로 바친다네요.

 

어디 위의 예들 뿐이겠습니까?

제 인생 여정 중에 만나 이렇게 저렇게 유사한 도움을 준 분들을

고마움과 더불어 기도중에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되겠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저는 유독 유사한 은혜들을 많이 입어

감사와 기도를 게을리할 수가 없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8 받은만큼 베푸는 사랑... T 온누리에 평화 고아들을 대하면 무엇보다 측은지심에 가슴이 아픈 게 상례. 지난 주일 새벽 피정 집 바깥등들이 전부 켜져있어 끄러 내려 갔다가 얼음 계단에서... 2 2009.11.25 2235
347 밤따기 이야기 T 평화와 선.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성거산의 밤- 막상 따려고 나서니 길 가에만도 제법 많은 그루의 밤나무들이 알알이 밤송이를 터뜨리고 있다. 키 큰 김 프란..... 2006.09.30 2160
346 방하착(放下着) T 평화를 빌며...   이 아침, 얼핏 '방하착(放下着)'이란 용어가 떠오른다.   이 말은 "공허한 아상(我相), 즉 나의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로, 흔... 김맛세오 2019.01.14 1150
345 벌써 대림절... T 평화와 선. 이번 토요일부터가 교회 절기로 . 작년, 춥지만 밖에서 파랗게 자라는 이끼들을 뜯어다가 대림초 화환을 만들었 때가 엊그제 같건만, 성탄, 연말이 ... 2007.11.29 2013
344 T 평화/ 선 가장 멀리 있으면서도 늘 가장 가까이 내 안에 있는 별!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있으면서도 나의 한숨이기도 하고 나의 기쁨이... 김맛세오 2012.09.26 2927
343 별 밤 이야기 T평화가 온 누리에... 낮동안 업무로 진종일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날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밤 산책을 나갔더랬지요. 새까만 밤... 김맛세오 2012.03.13 2048
342 별 밤 이야기 T평화가 온 누리에... 낮동안 업무로 진종일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날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밤 산책을 나갔더랬지요. 새까만 밤... 김맛세오 2012.03.13 2325
341 보고픈 울 엄마... T 평화/ 선 아침 식사 때, 한 형제와 노래말 이야기가 나와 "형제의 18번은 무슨 노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흥얼거리던 란 노래가 떠올랐... 3 2007.05.06 2318
340 보나의 서울 나들이 T 온 누리에 평화 참, 귀여운 보나! 천안의(요한이네) 보나(3돌 가까이 되는)가 엄마와 함께 지난 주,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성북동 입양소에서 처... 김맛세오 2012.05.01 2549
339 보나의 서울 나들이 T 온 누리에 평화 참, 귀여운 보나! 천안의(요한이네) 보나(3돌 가까이 되는)가 엄마와 함께 지난 주,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성북동 입양소에서 처... 김맛세오 2012.05.01 2384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