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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오늘은 저희 수련자 흉을 좀 보겠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이번에는 떡국을 끓여 드실 수 있도록

이것저것 마련하여 동네 어려운 곳을 찾아가게 했습니다.

연말 제가 도움 청했을 때 여러분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지난 연말에 전달하고 남은 것으로 돕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수도복을 안 입고 이것을 나눠드리러 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수도복을 입고하면 더 좋지 않냐고 얘기하니

부담감도 주지 않고 선행을 숨기기 위해서라는 거였습니다.

 

나름 일리가 있고, 훌륭한 자세이기도 하지만

오늘 주님 말씀에 비추어보면 그리 칭찬할 것이 못되지요.

왜냐면 자기의 선행은 감춰야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감추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행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위선적, 자기 과시적, 자기만족적인 선행이 하나이고,

사랑의 선행이 다른 하나입니다.

 

위선적, 자기 과시적, 자기만족적인 선행이라면

오른 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주님 말씀대로

우리는 우리의 선행을 감춰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고 사랑의 선행이라면

우리는 오늘 주님 말씀처럼 감추어서는 안 됩니다.

나의 선행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기 때문에 그러해야 하고,

하느님의 사랑이 나의 선행을 통해 전염되게 하기 위해 그러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 꺼풀 더 벗겨서 생각해봅시다.

선행을 감추려는 것은 좋은 뜻이고 자세일 수도 있지만

감추려는 것 자체가 선행을 자기 거로 소유한 표시지요.

자기의 선행이 아니라면 왜 감추고 숨기는 것입니까?

 

그러니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행을 자기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그것을 나누는 것이 나의 선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그렇게 선행을 감추거나 숨길 이유가 없지요.

 

저도 우리 수련자와 같이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요.

수도원 안에서 어떤 좋은 일을 할 때

몰래 그것을 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어른들이 봐주기를 은근히 바랐지요.

이는 가증스럽게도 저의 두 가지 욕구를 다 채우려는 것으로서

저를 정말로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저도 저에게 속게 되는 것이었지요.

 

그때 이후 지금까지의 저의 삶은

이미 내 것으로 소유해놓고 그 선행을 자랑하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선행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선행이 되도록 애섰습니다.

 

우리의 선행은 하느님 사랑의 나눔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사랑을 나의 것만으로 소유하지 않고 나눈다면,

하느님 사랑에 의한 선행을 나의 것으로 소유하지만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많은 사랑을 계속해서 주실 겁니다.

 

우리의 <주는 손>에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줘야 할 것을 쥐어주십니다.

우리가 줘야 할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고

우리가 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주신다고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아무 것도 줄 수 없는 쪽박이 될까,

풍성히 줄 수 있는 대박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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