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600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영혼을 연주하는 악기

 

사람의 감관은 하나의 악기다.

낱낱의 진동을 정밀히 받아 울리는 악기,

예민하고 예민하여 실바람 한 오리에도 소리 내는 악기,

늙지도 잠들지도 못하며 곤두서는 내 감성이여,

 

어설픈 글과 어설픈 음악

그리고 어설픈 재능으로 만지작거리며 영혼의 음률을 연주하는 악기,

 

술이 익듯이 어둠 속에서 지루한 발효를 거쳐야 맛을 낼 수 있다.

고뇌의 피가 아른아른 투명한 증류수가 되기까지

시간의 저류에 살을 대고 엎드려서

어설픈 노출의 감출 수 없는 살결을 드러내며

오늘도 한가락의 선율을 뽑아낸다.

 

내 정신은 명암의 회전을 거듭하여 아프고 시릴 때

몸을 가늠하는 일조차 실없이 어려워 하늘로 두 손을 모은다.

한 모금의 자비가 내 영혼을 일렁이며 지나간 뒤에야

조용한 평화가 졸음처럼 나른하게 찾아온다.

 

건반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은 가슴속의 언어를 음악으로 바꾼다.

아픔과 슬픔, 시린 가슴 열어

심연으로 내려갔다가 맑게 갠 날씨처럼 밝고

기운차게 차올랐다가 또 다시 평온한 들녘으로 가라앉는다.

음의 높낮이와 여럿의 화음들이 성당의 어둑한 조명 아래

기도가 되어 하늘로 울려 퍼진다..

내 심신과 오성의 감관을 모두 열어 혼신을 다하는 이 연주를 언제 마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하루하루의 시간이 축복으로 다가오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렇다 나는 혼신을 다 할 뿐이다.

게으른 육신은 땀 흘리기를 싫어하지만

영혼과 육신을 길들이시는 부활하신 분의 영이 함께 계시니

엄마 곁에 노는 어린 아이처럼 초조할 것도, 두려울 것도, 불안해 할 것도 없다.

오늘도 그분 곁에서 내 놀이에 빠지고 싶다.

전신으로 연주하는 놀이를 좋아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새해 새날이 밝아오는 아침,

투명한 악기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고 싶은 소망을 그분 앞에 내어놓는다.

연주자는 내가 아니다.

나는 악기일 뿐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7 작은 섬에서 드린 기도 작은 섬에서 드린 기도 겨울비가 내리는 오후 아무도 오가는 이가 없는 바닷길을 가슴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우산으로 간신히 막으며 지평선이 되었... 이마르첼리노M 2013.02.24 9069
506 자유가 자유를 구원합니다. 자유가 자유를 구원합니다.   기도를 통해 우리가 듣는 것은 나를 사랑하신다는 그분의 음성입니다. 기도는 끊임없이 우리의 참 존재의 실상으로 돌아가 사... 이마르첼리노M 2013.02.21 6709
505 참된 빛 2 +그리스도의 평화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 들이지 않았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 김기환베드로M. 2013.02.20 8142
504 정말 좋은 생각 프란치스칸 포탈이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가입하고 다시 들어가보니 오에프엠포털입니다? 기왕에 포탈을 만드셨으면 프란치스칸 모든 내용을 ... 2 바람처럼 2013.02.20 8109
503 감정에 향유를.. 感情에 향유를 ... 나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위기는 감정의 공복에 이르는 일이다. 노래하는 사람이 성대를 아끼듯이 영의 현존아래 자신을 두려는 이에... 이마르첼리노M 2013.02.20 8632
502 QUO VADIS DOMINE 그 서슬 퍼렀던 동 장군은 물러가고 어른들은 덕담을 주고 받으며, 철부지 들에게는 세뱃돈을 나누어주며 오랫만에 만난 피붙이 들이 마냥 즐거... knitting 2013.02.18 7270
501 생명은 추운 땅에서 온다. 생명은 추운 땅에서 온다 생명의 추위 언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겨울 채소처럼 생명들은 추운 땅에서 나온다. 추 운 것끼리 껴안는 거기 사람끼... 이마르첼리노M 2013.02.17 8453
500 아참안개 속에서 아침 안개 속에서 아침 안개 속의 미루나무 바람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안개 속에 사랑이라고 썼다. 초가을 한 낮의 미루나무 바람에게 한 잎 내... 이마르첼리노M 2013.02.16 7444
499 참된 빛 1 +그리스도의 평화 어두움 속에 비추는 달빛과 별빛들,, 나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사실은 달빛이 달빛이 아니고, 별빛이 별빛이 아니다. 어두... 김기환베드로M. 2013.02.14 8385
498 EXODOS 그리고 오늘의 복음적 체험.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 2 D.Andrea 2013.02.07 8307
497 김인선젬마자매님의 막내딸 세레나입니다. 김인선 젬마 자매님의 막내딸 김수정 세레나입니다. 우선 저희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저희 가족들과 함께 해주신 많은 신부님들과 수사님들께 감사의 말... 1 세레나 2013.01.22 7948
496 김 인선 젬마 자매님을 추모하며 김 인선 젬마 자매께서 돌아가신 지난 1월 16일 저는 여러분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매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저에게 전하는 연락이었지요. 제가 이곳 대전... 김레오나르도 2013.01.20 7924
495 프란치스칸과 아름다움 미는, 아름다움은, 프란치스칸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란치스코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에서 하느님을 &quot;아름다움&quot;으로 고백하였다. 프... 김상욱요셉 2013.01.19 7284
494 프란치스코 성인을 통하여 + 찬미예수님 저는 그동안 32년을 살아오면서 제가 원하는 삶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와 친구가 되며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줄은 몰랐습... 3 D.Andrea 2013.01.17 8346
493 프롬과 프란치스코의 대화 프롬은 사람들의 삶의 자세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소유 지향적인 자세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 지향적인 자세이다. 소유 지향적인 자세는 온 세계를 자신... 김상욱요셉 2012.12.29 8658
Board Pagination ‹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01 Next ›
/ 10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