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오늘은 주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신 것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헌데 주님의 변모를 사순시기에 기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도 이 사순시기를 지내며 주님처럼 변모하자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이 변모가 결코 낭만적이거나 환상적이지 않고
겉모습이나 조금 바꾸는 얄팍한 변모도 아닙니다.
죽어 새롭게 태어나는 변모이기에 엄혹하고
내면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기에 전 존재적입니다.
제가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는, 유명한 어떤 선사의 말씀이 있지요.
뱀은 물을 마셔 독을 만들고, 소는 같은 물을 마셔 젖을 만든다지요.
그러니 속속들이 바뀌지 않고 존재가 바뀌지 않으면
주님과 같은 변모는 어림도 없겠지요.
이는 마치 우리 피부에 안 좋은 것이 자꾸 나면
그것을 화장으로 감추거나 바르는 약으로 고치는 것으로는 안 되고,
우리 안의 온갖 안 좋은 것과 독들을 빼내야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안에서 욕심을 빼내고,
우리 안에서 분노를 빼내고,
우리 안에서 증오를 빼내고,
우리 안에서 근심을 빼내고,
그밖에도 습관화된 부정적 사고방식을 우리 안에서 빼내야 합니다.
그러나 악을 우리 안에서 빼내는 것으로 그치면 그것도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으로 우리를 채워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만든 악들과 독들을 빼내고 비우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으로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늘 창세기에 의하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입니다.
“나는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복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참 복스럽게 생겼다고 할 때처럼
그저 잘 생긴 사람이 아니라 복스러운 사람이 됩니다.
창세기는 그래서 이렇게 이어서 얘기합니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자신이 행복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복이 되는 사람,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되는 사람,
무엇보다도 하느님에게서 오는 온갖 축복을 이웃과 나누는 사람입니다.
말끝마다 욕이 튀어나오는 사람이 아니라 찬미가 튀어나오는 사람이고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감사가 습관이 된 사람이며,
독설이나 깎아 내리는 말을 잘하지 않고 칭찬을 잘 하는 사람이고,
늘 저주를 퍼붓는 사람이 아니라 늘 축복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복스러운 사람,
복이 되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사순시기가 되자고
한 번 다고지게 마음먹는 오늘이 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