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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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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정화-엘그레코.jpg


제 목 : 그리스도의 성전 정화 (1600)

작 가 : 엘 그레코 (El Greco: 1541 - 1614)

크 기 : 캠퍼스에 유채 (106 X 130cm)

소재지 : 영국 런던 국립 미술관

 

작가는 두 개의 얼굴로 대변되던 스페인에서 마치 성화를 그리기 위해 사는 것 같은 인생을 살았다. 작가가 활동하던 당대의 스페인은 유럽의 최강국의 위상을 지니면서, 국왕인 필립페 2세는 가톨릭 신앙의 정통성 옹호에 대단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던 시대였다.

 

이런 반작용으로 시작된 것이 이단 박멸을 위한 종교 재판과, 교회의 자기 정화를 위한 반종교개혁 운동(Counter Reformation)이었다.

 

가톨릭교회가 자기반성과 정화를 겨냥한 반종교 종교 개혁 운동이라고 하지만, 실재는 자기 정화 보다는 교회의 부패로 새로 시작된 개신교 세력을 억제하는 것이 더 목적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방어적 공격적 태도로 나아가게 되었다.

 

우리 교회가 인류 역사에 큰 죄를 지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종교 재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톨릭만이 아니라 루터, 칼뱅, 즈윙글리 같은 개신교 개혁자들도 똑같이 저질러지던 과오였다.

 

가톨릭이 원채 덩치가 크니 마치 가톨릭이 종교 재판의 원흉인양 취급받지만 개신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종교가 세력을 확장해서 힘이 생기게 되면 이 힘이 사랑으로 발산되기보다 폭력으로 표현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런 면에서 가톨릭처럼 철저히 중앙 집권적 체제로 제도화된 조직은 더 폭력성이 강해질 수 있으며 이런 면에서 삼천 년대를 시작하면서 교황님이 온 세상에 2000년 교회 역사에서 저지른 잘못을 사과한 것은 뜻있는 일이었다.

 

예수님의 성전 정화사건은 네 복음서에 모두 기록되고 있는데, 공관 복음에서는 예수님이 수난하시려 예루살렘에 입성 하신 후 수난 직전에 하신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가장 먼저 하신 것이 바로 성전에 들어가셔서 잡상인들을 추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외국에서 순례 온 유대 교민들이 본국 현실에 어두운 것을 빌미삼아 환율을 사기 치거나, 봉헌 재물을 폭리로 판매하는 것이 다반사였던 성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추악한 비리에 철퇴를 놓으신 것이다.

 

마태오 복음에는 예수님의 분노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들어가시어, 그곳에서 사고팔고 하는 자들을 모두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드는구나.” (마태21: 12- 13)

    

 성전정화-엘그레코3.jpg


예수님의 오른쪽과 왼쪽에 서로 다른 군상들이 있다. 성서에서 항상 오른쪽은 의인, 왼쪽은 악인의 자리로 표상되는 도상을 차용했다.

 

예수님은 자비의 하느님으로선 상상을 할 수 없는 채찍을 드시고 왼편에 있는 장사꾼들을 노려보고 계신다. 하느님 분노 표현이다.

 

예나 오늘이나 종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종교 사기꾼들은 신앙의 연륜이 얕은 나라일수록 더 심하며, 우리나라 대형교회가 만들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의 실마리를 여기에서 이미 발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오늘 우리나라 일부 대형교회가 보이고 있는 하느님 장사꾼들의 추태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이다.

 

작가는 성서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 신앙에 있어서 분노의 긍정적 차원도 제시하고 있다.

분노란 결코 사랑과 반대되는 미움의 원색적 표현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면모, 특히 죄와 악행을 부끄러워하며 뉘우치고 하느님의 품안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 하느님의 초대이며 다음 성서 말씀을 연상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집안아, 나는 저마다 걸어온 길에 따라 너희를 심판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회개하여라. 너희의 모든 죄악에서 돌아서라. 그렇게 하여 죄가 너희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여라. 너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 이스라엘 집안아, 너희가 어찌하여 죽으려 하느냐? 나는 누구의 죽음도 기뻐하지 않는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그러니 너희는 회개하고 살아라.”(에제 18: 30- 32)

    

  성전정화-엘그레코2.jpg

 

주님이 채찍으로 대하고 있는 왼편의 장사꾼들은 하나같이 젊은 모습들이다. 인생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욕망의 충족을 삶의 성공으로 여기는 미숙한 인간들의 상징들이라면, 오른 편은 반대로 인생을 올바른 신앙 안에 살아가면서 깊은 지혜를 터득한 원숙한 군상의 모습이다.

 

마치 시편에서 언급되고 있는 행복한 사람들의 상징과 같다.

 

행복하여라! 악인들의 뜻에 따라 걷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들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 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시편 1:1)

 

주님의 오른 손은 분노가 담긴 채찍을 들고 하느님을 팔아 실리를 얻고자 하는 장사꾼들에게 필요한 견책 차원의 사랑을 보이시는 반면, 오른쪽의 의인들을 향하고 있는 왼손은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헤아리며 축복하는 아버지의 자애로운 사랑이 담긴 손길이다.

 

이렇게 주님의 두 손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의 하느님이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본 -성전정화-엘그레코.jpg


배경을 이루는 벽면 왼쪽과 오른쪽에 회색의 부조가 있다.

 

왼쪽은 아담과 이브의 낙원의 추방으로 하느님의 뜻을 어긴 사람들이 받아야 할 벌과 고통을 제시하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창세기 22장에 나타나고 있는 아브라함의 이삭 봉헌을 나타내고 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일생을 살아온 아브라함이 늘그막에 얻은 외아들 이사악까지도 하느님의 명에 따라 봉헌함으로서 하느님으로부터 큰 축복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두 부조를 통해 작가는 크리스챤으로서 피해야 할 것과 따라야 할 것을 극명히 제시하고 있다.

회개해야 할 군상과 축복받은 군상의 이분법처럼 이 부조 역시 크리스챤들이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할 것은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며, 아브라함의 이삭의 봉헌처럼 (창세기 22) 무모 하리만큼 하느님의 뜻에 충실이 바로 인생의 행복이며 성공으로 제시되고 있다.

 

작가는 당시 유럽 교회에 일고 있던 반종교개혁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

 

그러나 종교개혁이 시작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작가의 무지에 의해 새로 시작된 프로테스탄트 운동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고 빨리 뉘우치고 돌아오라는 일방적 경고의 분위기가 그의 작품에서 극명히 드러나게 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가톨릭교회가 종교개혁의 원인 제공이 된 부패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라는 관점보다 프로테스탄트에게 화살을 겨냥한 것은 시대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한계점에서 나온 옥의 티라고 볼 수 있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는 마르틴 루터의 말은 모든 종교에 다 해당되며 특히 종교가 양적인 성장에 의해 힘을 행사하게 될 때 이점은 더 극명히 드러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가톨릭교회가 자신의 정화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중요한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다.

 

성전정화-엘그레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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