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어느 시대나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있어왔고,
지금 우리 사회 안에도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있으며,
우리 교회 안에도 당연히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있고,
그리고 이 두 주의자들 간에 갈등도 있어 왔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요즘 이 갈등이 더욱 첨예화된 것 같습니다.
대선정국을 거치며 사회정치문제에 대해
교회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생각이 갈리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의 이런 실정에 더하여 새로운 교황께서
전임 교황님들과 다르게 아주 진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신자들은 어떤 것이 복음의 가르침인지,
다시 말해서 주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혼란스러워 하십니다.
주님은 보수주의자셨을까요, 아니면 진보주의자셨을까요?
복음을 보면 복음마다 주님의 모습이 조금, 아니 꽤 다른데
루카복음의 주님이 진보적이라면 마태오복음의 주님은 보수적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마태오복음은 주님이 진보적인 분임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율법을 폐기하러 온 줄로 알고 있었기에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고 얘기하십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주님보고 진보주의자라고 하면 주님께서 싫어하실 겁니다.
주님은 무슨 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인데,
굳이 무슨 주의자라고 한다면 주님은 <하느님나라 주의자>이시고,
굳이 진보주의자라고 한다면 역시 이런 면에서 진보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하느님나라의 법을 기준으로
율법과 예언서를 판단하시고
율법과 예언서의 어떤 것은 폐기하실 것입니다.
그러기에 율법과 예언서를 <폐기>가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는 말씀은
하느님나라의 법에 비춰 율법과 예언서의 어떤 부분을 폐기하실망정
율법과 예언서 자체 또는 전체를 폐기하시지는 않는다는 말씀이며
도리어 율법과 예언서를 하느님나라의 법에 맞게 완성하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나라의 법이란 어떤 법입니까?
사랑이라고 주님께서 명백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이웃을 하느님처럼 그리고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도 바로 이것입니다.
문제는 법의 정신을 망각한 사람들의 잘못된 법의 적용인데,
그들의 이 세상 욕심이 법의 정신을 망각하고 악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들과 같지 않고 주님과 같으려면
사랑을 놓치지 말고 꽉 붙잡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율법주의자가 아니라 사랑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이 율법을 완성하고,
율법을 완성한 것이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