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성모승천(Assumption of the Virgin
작가 : 안토니오 코레지오(Antonio Correggio : 1490-1534)
크기 : 프레스코 1093X 1195cm)
소재지: 이태리 파르마(Parma) 대성당
우리에게 익숙한 불교 건축 양식의 특징은 단청으로서, 대웅전의 천정 처리에 사용되는 기하학적인 단청 무늬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식 효과에 불과한 반면, 우리 교회의 성미술은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다양성과 창조성에 감탄하게 된다.
교회의 건축 양식들도 너무나 다양해서 새로움으로 다가오며 성상이나 벽화, 부조뿐 아니라 천정화를 통해서도 신앙의 내용을 표현한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여기 소개하는 이 작품이다.
천정은 작품 제작이 어려운 부분이나, 하늘을 향하고픈 종교적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바로크 양식이 시작되면서 이 천상을 향한 그리움을 키울 수 있는 천정화에 신경을 쓰게 되었으며 이 작품은 이런 경향에 대표적인 것이다.
작가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 사람이지만 당대 교회 미술에 새로운 기법을 창출해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다. 그는 만테냐의 제자로서 그로부터 화풍을 익혔으며 후기에 와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특징적인 몸짓인 가리키는 손가락 기법을 작품에 표현하기도 하면서 독창적인 화풍을 형성했다.
작가는 인간성의 재발견이라는 기치아래 희랍 로마 문화의 중흥을 목표로 시작된 고전적 인본주의, 과학적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르네상스 운동으로 영글어진 예술 분위기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르네상스의 정형적인 한계점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새로운 화풍을 도입해서 르네상스에서 볼 수 없는 환상적 화법을 도입함으로서 17- 18세기에 시작되는 바로크 화풍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이지러진 진주”라는 뜻의 바로크(Baroque) 예술은 르네상스 예술이 줄 수 없는 불규칙적이고 대단히 화려한 장식효과를 주는 것인데, 이것이 종교개혁으로 많은 자리를 잃고 권위가 실추된 교회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좋은 방편으로 교회 건축에 도입되어 큰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천상을 상기시키는 화려한 성당 분위기는 종교개혁 운동으로 실추된 교회의 이미지 상승 효과에 큰 도움이 된다고 여겨 특히 새로운 선교 활동을 시작한 예수회원들이 의도적으로 이것을 자신들의 선교 수단으로 도입하게 된다.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라는 기치에 크게 어울리는 것이었으며, 그러면서도 이 단어는 “장식이 많은 ” “호사스러움”이라는 뜻이 있듯이 하늘나라의 영광을 묘사하는데 적절한 표현이 될 수 있었기에 작가는 이 당시 르네상스나 마네리즘에 만족하고 있던 유럽 화단에 처음으로 이 화풍을 도입함으로서 바로크 양식을 정착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작가는 성모승천이란 주제를 높고 방대한 면적을 지닌 천정이라는 위로 쳐다보아야 하는 특별한 공간에 표현하면서 천정 전체를 하나의 구도로 삼아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도 혼란스러움이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만들었다.
또한 이 작품을 응시하는 관객들은 하늘로 오르시는 성모님을 배웅하는 천사들과 사도들 틈에 끼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면서, 성모님을 배웅하는 많은 천사들과 사람들과 함께 하늘로 들려 올라가는 것 같은 감동을 받게 만들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성모님을 옹위하는데 너무 흥겨워 한껏 즐거움을 표현하는 천사들의 대열이며 이들은 정적인 표정이 아니라 영혼의 기쁨에 겨워 형식에 짜인 고전 발레가 아닌 현대 무용의 안무가처럼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축제의 기쁨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있을 수 있는 혼란스러움이나 단조롭고 지루한 느낌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작가는 단축법을 사용함으로서 인물들의 동작이나 표정을 다양하게 배려하고 원근법을 잘 사용해서 인물들의 크기를 서로 다르게 배치함으로서 서로 다양한 군상의 움직임을 천상을 향한 조화로운 모습으로 배려했다
성모님이 천사들의 옹위속에 승천하시는 맨 아래 좌우로 좀 크게 부각된 인물이 나체로 손에 사과를 들고 있는 아담과 이브이다. 성모님이 하느님의 뜻을 어김으로서 이 세상에 실낙원을 가져온 장본인이 된 이브(Eva)의 슬픈 운명을 하느님의 뜻에 철저히 순종함으로서 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온 분이시기에<아베 마리아 Ave Maria>가 되신다.
중앙의 상단 부분에는 하느님의 딸이며 구세주의 어머니로서의 충만한 신앙을 사시다 하늘에 오르시는 어머니를 영접하시기 위해 아들 예수님께서 더 없이 밝은 광휘 속에 내려오신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좀 혼란스럽지만 아담과 이브의 아래에 여러 천사들의 옹위를 받으시는 성모님이 계시는데, 작가는 하늘에서 어머니를 영접하시기 위해 하강하시는 예수님, 성모님의 순종으로 열린 구원의 문으로 들어갈 많은 천사들과 성인들의 위에 아담과 이브를 등장시킴으로서 <하늘의 문이신 성모님>의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바깥 부분의 사각형에는 파르마 시의 수호성인이었던 세례자 요한, 힐라리오, 성 토마스와 성 베르나르도가 앉아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축복하는 모습으로 좌정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절정기의 작품이며 전체 구도에서 대단한 환상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서 천상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조화시켰으며 이 성당의 천정을 바라봄으로서 성모님이 오르시는 천국에의 그리움을 키우도록 자극하고 있고, 이 천정을 바라보노라면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천상 세계의 광명 속에 초대받아 거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늘로 오르시는 성모님을 배웅하기 위해 두 제자가 횃불을 들고 마중나와 난간 부분에 발을 디디고 있으며 그 위에 일군의 천사들의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다양한 자세로 성모님을 배웅하고 있다.
이 제자들이 앉은 난간 부분의 표현이 과감하고 새로운 것이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과거 만테냐(A. Mantegna)가 사용했던 원근법을 사용함으로서 입체감을 더해서 평면에서 보는 것이 아니고 입체적인 차원으로 처리하여 평면적인 그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이 등장한 무대를 입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도록 배려했다.
또한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는 시선(Sottinsu)이 얻을 수 있는 착시현상을 염두에 두고 화면에 난간이나 다른 건물 부분을 그림으로서 작품이 주위 분위기와 하나가 되어 전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제자들이 다른 천상 존재들처럼 연약하고 우아하게 묘사되지 않고 우람찬 체구로 묘사된 것은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일꾼으로서의 제자직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즉 천상의 삶이란 지상의 모든 것에서 자유롭거나 무관한 것이 아니라 세상 삶과의 연장임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너무나 황홀하면서도 원근법과 단축법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다양한 군상이 자유롭게 등장하면서도 바로크 양식에 어울리는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장면은 작가 화풍의 천재성 과 특징이 드러나는 것이다.
작가는 먼저 성모님을 배웅하는 천상 군대의 한 무리인 이 부분에서 성모승천이 환상적인 사건이 아니라, 현실 안에서 일어나는 기적처럼 느끼도록 표현하며, 아래서 위를 바라보면서 천상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사건에 매혹되어 현세적인 모든 시름을 잊도록 배려하고 있다.
승천하시는 성모님을 옹위하는 천상 군상을 바라보노라면 너무 큰 천상을 향해 한껏 자유롭게 상승하고 있는 천상 군대들의 생기 있는 자세들은 경악과 황홀, 벅찬 환희와 같은 천상적 감동으로 관객들을 빨려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