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말씀나누기
김명겸요한 2014.04.13 00:45

성지주일

조회 수 1943 추천 수 0 댓글 0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풀리면서 봄이 오듯이, 성탄을 지내고 나면, 얼마 후에 바로 사순 기간이 시작됩니다. 바쁜 일상에 쫓겨 가다 보니, 30여 일간의 기간도 별 의미 없이 지나가고, 어느덧 우리는 성주간, 성삼일 앞에 와 있습니다.

 예수의 탄생, 예수의 죽음, 예수의 부활. 세상은 성탄절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절이라는 이름으로 떠들썩하지만, 부활을 기해서 예수의 수난에 대한 영화도 개봉되고, 몇몇 사람들은 그 영화를 보면서 눈물도 흘리지만, 한편으로는 별 감흥 없이,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예식, 치르고 나야할 과정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복음을 살아간다는 수도자로서, 복음을 선포하는 부제로서, 그 누구보다도 복음에 가까이 있어야 할 사람이지만, 예수의 수난이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고, 그렇기에 전례 때만 잠깐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지나가는 그런 것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이렇게 가다보면 부활의 기쁨도 그 의미를 잃고, 기뻐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만찬에서 베드로의 말에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마태 26,34) 지금 우리의 상황은, 적어도 저의 상황은, 베드로가 처할 죽음의 위기, 수많은 순교자들이 피를 흘린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을 모른다고 말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더 이상 입으로 예수님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아니 오히려 사람들에게 입으로 예수님의 존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마음은, 몸은, 예수님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다른 형제들에 대한 희생. '다른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25,40)라는 말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다른 형제들에 대한 희생의 거부는, 예수님께 대한 행위의 거부로 해석 될 것이고, 그렇게 저는 예수님의 존재에 대해서 거부하게 됩니다.

 물론 저의 머리는, 그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아내고, 저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점점 더 예수님의 존재를 부정하게 됩니다.

 '"스승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스승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그렇게 말하였다.' (26,35) '그때에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 (26,56)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수도자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는 것은, 삶으로서 그리스도를 증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하지만 정작 삶에 있어서는, 겟세마니에서의 제자들처럼, 저의 몸은 희생을 포기하고, 그 어려운 순간, 그 까다로운 순간을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신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26,42) 라고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되신 하느님이시기에, 인간이 겪는 고통, 그 중 가장 극심한 죽음의 고통을 벗어나고 싶어 하셨습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26,39) 하지만 아버지의 뜻은 그 잔을 마시는 것이었고, 예수님께서는 그 잔을 받아들이셨습니다.

 희생의 순간, 그 어려움의 순간, 그 벗어나고 싶은 까다로움의 순간, 기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머리를 굴려 벗어날 방법만을 찾았기에, 사순이 의미 없이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27,54)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 이런 고백이 나오지 않고, 예수님의 죽음을 접한 사람을 통해 '참으로'라는 고백이 나옵니다. 삶의 순간에 죽지 않으면서, 지금의 삶에서 희생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복음을 전할 때,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진정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삶에서의 사소한 희생, 자그마한 내어줌, 그것은 한편으로는 하찮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위대한 고백이고, 하느님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남은 한 주간,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면서, 삶에 다가오는 자그마한 희생 하나하나를 몸으로 살아가는 시간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25Jan

    연중 제 3 주일-오늘부터 행복한 사람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지난 주일에 이어 이번 주도 주님의 첫 제자들이 부르심을 받는 애깁니다. 그런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다가 오신 주님을 찾아가 뵙는 지난주와 달리 오늘은 주님께서 몸소 찾아오시...
    Date2015.01.2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372
    Read More
  2. No Image 24Jan

    연중 2주 토요일-신앙인, 제대로 미친 사람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간의 마르코복음에서 계속되는 표현이 예수께 많은 사람이 “따라왔다”거나 “몰려들었다”거나 “모여들었다”는 표현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가시자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예수님의 친척들...
    Date2015.01.24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668
    Read More
  3. No Image 23Jan

    연중 2주 금요일-부르심과 파견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 왔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었다.”   오늘 복음은 사도들이 주님의 부르심과 파견을 받는 내용입니다. ...
    Date2015.01.23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4 Views1628
    Read More
  4. No Image 22Jan

    연중 2주 목요일-우리에게 입이 있는 까닭은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더러운 영들이 주님더러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하고 주님께서는 그...
    Date2015.01.2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387
    Read More
  5. No Image 21Jan

    연중 2주 수요일-주님의 복합적인 감정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복음은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는 얘기인데 사람들은 주님께서 오그라든 손을 펴주실지 노려보고 있습니다. 고...
    Date2015.01.2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3 Views1972
    Read More
  6. No Image 20Jan

    연중 2주 화요일-사람이 중요하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이것을 요즘말로 풀이하면 ‘공휴일은 사람을 위해서 있다.’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공휴일은 사람이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서 쓸 ...
    Date2015.01.2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560
    Read More
  7. No Image 19Jan

    연중 2주 월요일-사랑을 진실되게 하고 뜨겁게 하는 단식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단식과 관련한 주님의 가르침은 공관복음에 모두 나오는데 오늘 마르코복음은 다른 두 공관복음과 조금 다릅니다.   큰 차이가 아니고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마태오, 루카복음에서 바리사...
    Date2015.01.1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204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928 929 930 931 932 933 934 935 936 937 ... 1354 Next ›
/ 135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