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입맞춤 (Bacio :1859)

작  가 : 프란체스코 하에즈(Francesco Hayez : 1791 - 1882)

크  기 : 캠퍼스 유채 (112 X 88 cm)

소재지 : 이태리 밀라노 브레라 (Brera) 미술관

 

   입맞춤이란 인간 사회에서 일반적이면서도 순수하고 열렬한 애정 표현행위의 하나이다. 남녀 간 애정표현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심원한 것이 바로 입맞춤이다.

 

   작가는 이태리 낭만파의 대표적인 작가로 충격적일 만큼 순수하고 열렬한 키스 장면을 보이고 있다.

 

   세상에 키스라는 주제로 남긴 작품은 너무도 많으나 그중에 이 작품은 백미에 속한다.

 

  작가는 이태리 베니스의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부터 예술에의 자질을 인정받아 예술의 도시가 수상하는 아카데미상을 받음으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로마로 가서 당시 명성을 떨치던 카노바 (Canova, Antonio, 1757 ~1822) 문하에 들어가서 작가로서 기량을 익혔다.

 

  그 후 작가는 스승으로부터 배운 신고전주의 경향에서 탈피해서 작가 특유의 낭만주의 경향의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작가 당시에 이태리 전국에 퍼지고 있던 독립운동에 참가하는 어떤 젊은 연인을 모델로 사용함으로서 시사성을 더하고 있다.

   

 

  전쟁터로 떠나기에 앞서 연인들이 마지막 작별을 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앞에서 이별을 고하는 이들의 애정표현은 열렬하면서도 애틋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이런 연인의 심정을 너무도 극명히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젊은 연인들이 극한상황에서 보이는 순수하고 지고한 사랑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그들 사랑의 보금자리였던 집의 현관문을 나와 헤어져야 할 처지에서 포옹하고 있다. 격렬한 입맞춤을 하는 둘의 뒤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너무도 사랑하기에 잠시도 떨어지기 싫은, 영원히 함께 하고픈 그들을 죽음이라는 재앙으로 헤어지게 만들 수 있는 전쟁이라는 괴물이 줄 수 있는 불안의 어두움을 상징하고 있다.

 

  애인을 두고 가야 할 남자의 앞에는 큰 어둠을 담고 있는 문이 열려 있다. 이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 일생을 함께 하고픈 사랑의 염원을 앗아갈 묵시록적인 어둠의 상징이다.

    

   이런 극적인 긴장과 불안 속에서 이 연인들의 포옹은 더 없이 격렬하다.

 

   연인들의 얼굴은 남자의 모자와 격렬한 입맞춤의 자세로 잘 드러나지 않으나 오히려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연인들의 모습이 사랑의 격렬하고 순수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자는 붉은 색과 흰색에 초록빛 장식이 있는 옷을 입고 있는데, 이것은 이태리 군대의 깃발 색깔로서 이 젊은이가 지닌 애국에의 강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반면에 여자가 입고 있는 연한 푸른색 옷은 프랑스의 상징이다. 이태리는 당시 자기들을 억압하는 오스트리아와 싸우기 위해선 프랑스와의 동맹을 맺은 상태였는데, 이 여자의 옷은 바로 프랑스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태리와 프랑스 역시 역사의 어떤 시점에 서로 전쟁 상대로 원수가 된 때가 있었으나 이제는 애국이란 상호 사랑의 동반자가 되었다.

 

  이들의 열렬한 포옹은 사랑하기에 결합되었고, 서로 결합되기 위해 사랑해야 한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이 여인의 매력적인 몸매에 걸쳐진 밝고 우아한 색깔의 옷은 연인들의 맑고 순수한 사랑의 상징이다.

 

   작가는 인간 사랑의 가장 열렬하고 순수한 모습이 애국이라는 이념을 통해서도 표현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애국이라는 것 역시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큰 틀 안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애국이 자아의 좁은 울타리 안에 머물면 서로를 파괴하는 비참한 재앙의 동인이 될 수 있으나, 이것이 복음으로 승화되어 표현될 때에는 하느님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남녀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수도자들이나 성직자들의 삶에서 볼 수 있는 봉헌된 사랑이라는 것은 모두 하느님 사랑이라는 정점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챤의 사랑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며, 또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사랑이 되어야 하기에 이 주인공들의 애국적 열정 역시 하느님 사랑의 표현으로 승화되고 있다.

 

   구약의 아가서는 남녀의 사랑을 하느님 사랑의 직접적인 은유 표현으로 전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는 남녀의 사랑은 부부 관계를 통해 자녀출산으로 이어지는 것 외에는 위험하고 기피해야 할 것인 양 여기는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남녀의 사랑은 성욕이라는 하느님의 선물을 나누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지 못하고 위험한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그러기에 경건한 크리스챤들의 성에 대한 태도는 성서적인 기쁨과 생명의 자유로움 보다는 마치 선반위에 얹어 둔 그릇을 만지는 주부처럼 조심 일변도의 부자연스러움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성서적인 바탕은 이것과 전적으로 다르다.

 

구약의 아가 서에는 남녀 간의 열렬한 사랑을 관능적인 용어로 까지 표현하고 있기에 이런 관점에서 이 남녀의 입맞춤은 종교적 차원에서 너무도 성서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가서 7장에서는 연인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남성이 황홀한 사랑의 표현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 오, 귀족 집 따님이여 샌들 속의 그대의 발은 어여쁘기도 하구려.

그대의 둥근 허벅지는 목걸이처럼 예술가의 작품이라오.

그대의 배꼽은 동그란 잔 향긋한 술이 떨어지지 않으리라.

그대의 배는 나리꽃으로 둘린 밀 더미.

그대의 두 젖가슴은 한 쌍의 젊은 사슴, 쌍둥이 노루 같다오.” (아가 7: 2-4)

 

   이처럼 구약의 아가 서에서는 교회의 가르침이 남녀 간의 사랑에서 출산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을 뛰어넘어 대단한 우정과 애정의 차원으로 승화시켜 강조하고 있다. 불결하고 비윤리적으로 여기는 관능도 사랑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거쳐야 할 징검다리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기에 성서의 여러 곳에서는 천상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을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부부의 관계처럼 표현되기도 했다.

 

   호세아서에서도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사랑을 부부 적인 표상과(1-3장), 부모 자식의 표상(11장)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작가는 당시 이태리인에게 가장 절박한 요청이었던 애국심을 순수하고 열렬한 남녀 사랑의 은유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으로 끌어 올렸다.

 

   이 작품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의 화약 냄새를 풍기는 것도 아니고, 관능의 끈끈한 냄새를 풍기지 않고 너무도 청순하고 열렬한 모습 안에 하느님 사랑의 향기에 도취하도록 관람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여기 남녀가 입은 옷은 14세기 중세의 것이어서 이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 ~ 1616)의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가는 이 시대착오적인 표현을 통해 모든 것을 다 파괴할 수 있는 전쟁의 불안과 각박함 속에서도 사랑은 시공을 초월하는 영원한 것이라는 여유로운 낭만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작가와 비슷한 시대에 이태리 독립 운동이라는 주제를 음악을 통해 표현해서 이태리 국민들의 자부심을 회복시키고 희망을 선사한 음악가가 있다.

 

주세페 베르디( Giuseppe Verdi : 1813- 1901)가 강대국인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압제에서 독립을 갈망하던 이태리인들의 심정을 유명한 나부코(Nabucco)라는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나부코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 유배의 아픔 속 에서 하느님의 향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제 3부 2막이 오르면서 Va, pensiero , sull, ali dorate! (가라, 마음이여, 황금의 날개를 타고) 라는 노랫말로 시작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독립을 갈망하던 이태리인들의 심정을 너무도 잘 표현했기에 대단한 열풍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열강의 세력 다툼에 시달리면서 자포자기에 빠져 있던 이태리국민들의 자존심에 불을 붙이면서 오스트리아의 압제에서 벗어나는 독립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런 면에서 미술을 통해 표현된 “입맞춤”이란 이 작품은 베네치아의 이웃인 파르마(Parma)에서 베르디가 나부코(Nabucco) 공연으로 대성공을 거두던 시대와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이미지가 너무도 강렬하고 순수하기에 생활 저변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1920년대 이태리 페루지아의 어떤 초콜렛 제조업자는 이 작품에 나오는 여성의 푸른빛 옷 색깔을 주조로 해서 입맞춤이란 뜻의 “바치(Baci)”라는 제품을 만들어 이태리 초콜렛의 상징으로 정착시켰고, 1950년대 신 고전주의(Neoclassic)경향의 영화를 제작한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감독은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감각(Senso)”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작가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아흔이 넘게 장수했으며 이 작품은 작가가 일흔의 나이에 제작한 것이기에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넘치는 혈기 때문에 풋 내음 나는 젊은이의 사랑이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인생을 충분히 관조한 승화된 사랑의 표현이었다.

 

  이 작품은 예술의 장르가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승화시키며 애국심이라는 인간 집단의 정서를 신앙으로 까지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작가는 한 세기 훨씬 전 일흔이 넘은 나이에 크리스챤 사랑의 진정성을 너무도 과감하고 시원하게 표현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지휘자였던 레오날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 1918- 1990)이 독일 수상으로서 음악에 남다른 조예가 깊었던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 1918-) 와 대화의 기회에, 인간 삶의 정화에 필요한 예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저는 항상 악의 유혹 가운데 살고 있는 인간을 악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인간이 기도할 때, 둘째는 사랑하는 남녀가 자기들 사랑의 표현으로 성행위에 몰두할 때, 마지막은 아름다운 예술품을 대할 때입니다.”

 

   번스타인의 견해처럼 이 작품은 크리스챤 신앙의 핵심인 사랑의 왜곡된 부분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는 효과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베르디의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동영상 (정명훈 지휘)

다음의 아래의 사이트 주소를 누르시면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42102404